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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파리에서 돌아온 이재용-정의선 회장의 달라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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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의 思見]

머니투데이

파리 올림픽 참관 등 유럽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7일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며 머니투데이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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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삼성과 현대자동차 그룹 총수들이 약 25분 간격으로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하면서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날 오후 5시 10분경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파리 등지에서 올림픽 공식파트너사로서의 활동과 글로벌 기업인들과의 만남을 끝내고 전세기로,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은 대한양궁협회 회장 겸 아시아양궁연맹 회장으로서 파리올림픽을 참관한 후 전용기로 각각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로 귀국했다.

이날 눈에 띈 점은 두 회장의 평소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우선 이재용 회장은 그동안 공항 출입국 과정에서 거의 현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무응답으로 일관해왔다. 공항을 드나들때 걸음을 멈추지 않고 이동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는 "고생 많으십니다"라는 정도나 "이제 봄이 왔네요"라는 질문과는 무관한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작은 얘기도 확대해석될 수 있는 '이 회장 발언의 무게'를 감안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언론대응 매뉴얼에 따른 것으로 보였다. 이런 짧은 대답 때문에 기자들은 없는 의미까지 찾아내서 '봄이 왔다'는 말은 '실적개선을 에둘러 한 얘기'라는 둥 갖가지 해석을 갖다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입국장에서는 확실히 달랐다. 기자들이 질문하자 가던 길을 멈춰서서 질문에 일일이 답해 눈길을 끌었다. '은둔의 경영자'로 불렸던 선친인 이건희 선대회장이 생전에 해외 출입국장을 '소통의 장소'로 활용했던 모습을 연상케 했다. 이 선대 회장은 해외출장 길에 만난 기자들을 통해 여러 메시지를 전달했고 이는 삼성 그룹 경영의 큰 방향을 제시하는 화두가 되곤 했다.

당시 이재용 회장은 항상 아버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목소리나 몸을 낮춰 자신이 드러나지 않도록 신경을 쓰곤 했다. 그가 삼성 그룹을 맡은 후에는 자신의 목소리를 낼 것으로 기대했으나 여러 법률적 이슈에 묶여 제대로 된 목소리를 그동안 내지 못했었다.

이 회장은 이날 기자들의 올림픽 참관 소감에 대한 질문이나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진들과의 회동, 파리에서의 성과 등에 대한 질문에 성의껏 답했다. "갤럭시Z 플립6의 셀피 사진으로 올림픽 마케팅 효과가 좋았다"는 평가라든지, 성과를 묻는 질문에는 "실적으로 보여줘야죠"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삼성 내외부에서 그동안 듣고 싶어했던 이 회장의 목소리다. 앞으로 이 회장의 뜻과 생각을 다양한 형태로 삼성 임직원들과 사회에 전하는 모습을 자주 보기를 재계는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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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올림픽 참관을 마친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7일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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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은 이 회장보다 20여분 늦은 오후 5시 35분경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빠져 나갔다. 정 회장의 변화는 옷차림에서 더 드러났다.

정 회장은 정장 차림인 이 회장과 달리 민무늬의 반팔 티셔츠에 왼쪽 어깨에 가방을 멘 채 스니커즈를 신은 캐주얼한 모습으로 출국장을 나섰다. 2018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 내외신 기자들에게 열정적인 현대차의 미래를 설명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정 회장은 국내에선 좀처럼 얼굴을 접하기 쉽지 않는 인물이다.

현장에 나온 현대자동차 관계자들은 "정 회장이 파리 현지에서 올림픽을 취재하는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두번이나 가졌던 만큼 출국장에서는 따로 말씀을 안하실 것으로 안다"고 귀뜸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이들의 예상과 달리 현장에 나온 기자들이 질문하자 성실히 답변하는 한편 자신이 협회장으로 있는 양궁은 물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배드민턴까지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정 회장은 "양궁이 잘 돼서 좋았다. 개회식부터 다 잘 된 것 같다. 배드민턴도 잘했다"고 말했다.

배드민턴에 대한 언급은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인 안세영 선수가 금메달 확정 후의 인터뷰에서 "배드민턴도 양궁처럼 어느 선수가 올림픽에 나가더라도 메달을 달 수 있을 정도로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잘 돼 있으면 한다"고 '양궁협회'를 부러워한 발언을 한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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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 출국장 앞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의 입국을 기다리고 있는 취재진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사진=오동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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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복장처럼 소탈한 성격으로 알려진 정 회장은 평소에는 신차 발표 등 회사의 공식업무 외에는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피해왔다. 대통령 참석 행사나 외국 국빈의 방한 행사에 참석할 때도 자신이 두드러지는 것을 경계해 최대한 취재진과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했다.

지난해 6월 하이얏트 호텔에서 열렸던 코리아H2비즈니스 서밋, 올 1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4년 경제계 신년인사회, 3월 서울63컨벤션센터의 제51회 상공인의 날 행사, 5월 UAE 대통령 방한 롯데호텔 행사 등에서도 정 회장은 포토라인을 지나간 다른 총수들과는 다른 길을 택했다. 이날도 정 회장이 김포공항에 도착 전까지 현대차 관계자들은 정 회장의 동선에 대해 일체 함구했다.

하지만 이날은 처음으로 5개 종목 모두 금메달을 딴 대한양궁협회 회장으로서 귀국한 경사스러운 자리인 만큼 자연스럽게 기자들과 만나 질의응답 후 자신의 가방을 직접 메고 차에 올랐다. 재계에서는 글로벌 자동차 3위로까지 도약하고 있는 현대차의 정 회장이 스포츠 뿐만 아니라 재계에서도 리더로서 더 많은 소통의 기회를 갖기를 바라고 있다.

한편, 일각에선 이날 비슷한 시간에 귀국한 이 회장과 정 회장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이달 초 파리에서 3자 회동을 가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는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3자 회동을 추진했으나 일론 머스크가 지난달 25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초청으로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글로벌 기업인 오찬에 이 회장과 함께 참석한 직후 곧바로 미국으로 귀국해 일정이 맞지 않아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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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hunt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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