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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끝까지 이스라엘 쏙 뺀 일본…G7 "우리도 안 가" 혼란의 원폭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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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거행되는 일본 나가사키 원자폭탄(원폭) 희생자 추모행사에 미국, 영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 국가 대사들이 불참했다. 이스라엘을 행사에 초대하지 않은 데 대한 비판 차원에서 보인 행보다. 다른 원폭 피해지 히로시마의 며칠 전 행사 때와는 분위기가 상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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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9일 일본 남부 나가사키 평화공원에서 원자폭탄 투하 79주년을 맞아 열린 원폭 희생자 위령·평화 추념식에 참석해 헌화하고 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우라늄 원폭 '리틀보이'(Little Boy)를, 9일에는 나가사키에 플루토늄 원폭 '팻맨'(Fat Man)을 투하해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받아냈다. 2024.08.09.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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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일본 나가사키시 평화공원에서 79주년 '원폭 희생자 위령 평화 기념식'이 개최됐다. 이 행사는 1945년 8월9일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이 원자폭탄을 투하해 엄청난 피해를 본 이후 나가사키시에서 연례행사로 진행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기념식 연설에서 "러시아의 위협을 비롯한 핵무기를 둘러싼 국가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나가사키가 핵무기를 경험하는 마지막 도시가 될 것을 세계에 계속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가해진 비극을 다시는 되풀이해서는 안되며 핵무기 없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한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노력을 착실히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스즈키 시로 나가사키시장은 이날 행사에서 평화선언문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언급하며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핵무기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규범이 사라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위협이 한층 더 강해지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핵 폐기 쪽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일본 정부가 핵무기를 금지하는 유엔 조약에 서명하고 비준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핵보유국과 핵우산 아래 있는 국가의 지도자들은 핵무기의 존재 자체가 인류에 점점 더 많은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일본이 동북아의 긴장 완화와 군축을 위한 논의를 주도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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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 대사(오른쪽 )와 길라드 코헨 이스라엘 대사가 9일 도쿄 조죠지 사찰에서 열린 나가사키 원폭 79주년 특별법회에 나란히 참석해 연대감을 과시하고 있다. 이매뉴엘 미 대사 등은 나가사키시가 이날 진행하는 원폭 희생자 평화 기념식에 이스라엘 대사를 초청하지 않자 이에 반발해 참석을 거부했다. 2024.08.09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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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는 약 100개국 대표를 포함해 원폭 생존자, 유족 등 2000여명이 참석했다고 시 당국은 밝혔다.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와 줄리아 롱바텀 주일 영국대사를 비롯해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유럽연합(EU) 등 일본을 제외한 G7 국가 대사들이 모두 기념식에 불참했다. G7 국가들은 이를 대신해 영사나 공사급 외교관을 대표로 참석시켰다.

이는 나가사키시가 이번 행사에 팔레스타인은 초청하면서 이스라엘을 초청하지 않은 데 대한 대응이다. 앞서 나가사키시는 지난달 31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을 행사에 초청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격화되고 있는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기념식의 엄숙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스즈키 시장은 전날에도 이러한 판단에 변함이 없다며 "결코 정치적인 이유로 초청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평온하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행사를 원활하게 실시하고 싶은 것이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이같은 방침이 '정치적 이유'라고 비판했다. 이들 국가는 지난달 나가사키시에 보낸 서한에서 "이스라엘을 초대하지 않으면 이스라엘이 러시아, 벨라루스와 같은 부류 나라로 취급돼 오해를 초래한다"며 이스라엘이 제외되면 고위급을 참가시키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현재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3년 연속 나가사키 및 히로시마 기념식에 초대받지 못하고 있다.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은 이매뉴얼 미국 대사와 갈라드 코헨 이스라엘 대사는 대신 이날 도쿄 조죠지 사찰에서 열린 나가사키 원폭 79주년 특별법회에 나란히 참석해 연대감을 과시했다.

한편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또 다른 원폭 피해 도시인 히로시마시는 나가사키시와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지난 6일 원폭 추모 기념식을 연 히로시마시는 이스라엘을 초대했지만 팔레스타인은 초대하지 않았다. 이에 일본 주재 팔레스타인 대표와 시민 단체들은 이같은 히로시마시의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이지현 기자 jihyun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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