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 도중 반군 측 소수민족 무장단체 공격 받은 듯
강을 건너 방글라데시로 피난하는 미얀마 소수민족 로힝야족 |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내전 중인 미얀마에서 무슬림 소수민족 로힝야족 피난민 200명 이상이 다른 소수민족 무장단체가 저지른 것으로 의심되는 포격과 무인기(드론) 폭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현지시간) A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 5일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 마웅도 지역의 로힝야족 주민들이 인접한 방글라데시로 피난하기 위해 양국 사이를 흐르는 나프강을 건너려다가 드론 폭탄 공격과 포격으로 다수 숨졌다고 복수의 생존자들이 전했다.
17세의 한 로힝야족 생존자는 5일 저녁 나프강 강가에서 강을 건널 배를 기다리던 주민 1천명을 향해 드론 4대가 날아와서 폭탄 3발을 떨어뜨렸으며, 이후 약 20발의 포격이 떨어져 약 150명이 숨지고 다수 부상자가 발했다고 AP에 밝혔다.
그날 밤 강을 건너지 못한 이 생존자는 다음 날 오후 다시 강가에 갔더니 미얀마 정부군과 소수민족 무장단체 아라칸군(AA) 병력 간 교전이 벌어져 정부군이 후퇴한 뒤 AA 병력이 로힝야족 주민들에게 총격을 가해 최소 20명이 숨졌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포함한 가족 5명은 강을 건너 방글라데시로 탈출에 성공했지만 나머지 가족 8명은 실종 상태라고 덧붙였다.
로힝야족 남성 무함마드 엘레야스(35)는 강가에 가족과 함께 있었는데 "귀가 먹을 듯한 폭탄 폭발음이 여러 차례 들렸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그는 공격을 피해 땅에 엎드려 있다가 일어나보니 친척 여러 명이 사망했고 임신한 아내와 두 살 난 딸도 중상을 입은 끝에 결국 숨졌다고 전했다.
생존자 3명은 로이터에 이번 공격으로 200명 이상이 숨졌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제 의료단체 국경없는의사회(MSF)도 성명에서 방글라데시로 넘어온 로힝야족 부상자들에 따르면 나프강 강가에서 강을 건너려던 이들이 폭격당했고 강가에 시신 수백구가 널려 있었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에 퍼진 영상에서도 나프강 강가 근처 도로에 성인과 어린이 시신 수십구가 널려 있는 모습이 담겼다.
다만 이 지역에 대한 엄격한 여행 제한 조치 등으로 현장에 접근하기 어려워 영상의 사실 여부와 세부 사항은 확인하기 어렵다고 AP는 설명했다.
AA는 지난 7일 텔레그램에 낸 성명에서 이번 공격은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생존자들은 AA의 진영이 있는 마웅도 남부 방향에서 드론이 날아온 점, 드론 공습이 AA가 그간 마웅도 마을에 대해 가해온 드론 공격과 비슷한 방식인 점 등을 들어 AA가 공격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AA는 로힝야족에 적대적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AA는 지난 5월 라까인주 주요 도시 부띠다웅을 점령하는 과정에서 로힝야족 마을 사람들을 쫓아내고 집에 불을 질렀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어 6월에는 로힝야족 약 7만 명이 사는 마웅도 지역 주민에게 모두 떠나라고 통보했다.
로힝야족은 불교도가 다수인 미얀마에서 이슬람교를 믿는 소수민족으로서 오래전부터 탄압받아 왔다.
2017년에는 미얀마군의 반체제 세력 소탕 작전 등을 피해 로힝야족 약 75만명이 방글라데시로 피난하기도 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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