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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독도 못 빼” 일본 시장 포기한 쌀과자…주문 폭주에 ‘돈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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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용 쌀과자 업체 ‘올바름’의 제품 포장지 뒷면에 표기된 독도 지도와 사진. 올바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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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포장지에서 독도 표기를 빼달라는 일본 쪽 요구를 거절하고 수출을 포기한 쌀과자 업체에 주문이 쏟아져 ‘돈쭐’(돈과 혼쭐을 합성한 신조어로 선행을 베푸는 기업에 돈으로 혼내주자는 뜻)이 났다.



16일 유아용 쌀과자 업체 ‘올바름’의 김정광(41) 대표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너무 큰 관심에 얼떨떨하면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업체가 자체 생산하는 10가지 유아용 쌀과자 제품 포장지 뒷면에는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문구와 함께 우리나라 지도와 독도 사진이 있다. 2018년 5월 판매를 시작한 업체는 처음에는 납품받은 포장지를 썼다가 2021년 4월부터 포장지를 직접 제작하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독도를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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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용 쌀과자 업체 ‘올바름’의 제품 포장지 뒷면 일부. 올바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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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지에 ‘독도’를 넣기로 한 데는 대단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라고 한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유아용 과자라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 그림을 넣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아이들뿐만 아니라 우리 제품을 스쳐가는 모든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당연하게 독도를 접하면 좋겠다고 생각에 독도를 넣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독도사랑운동본부에 가입해 독도 수호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런데 이 ‘독도 포장지’가 일본 수출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말부터 반년 가까이 수출 협의를 진행해온 일본 바이어가 “포장지에서 독도를 지워야 한다”는 의견을 전해왔기 때문이다. 포장지만 바꾸면 연 매출의 15%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줄어든 탓에 망설일 만도 했지만 김 대표는 일본 쪽 요구를 거절했다.



김 대표는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많이 고심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일본 쪽 요구에) 자존심이 많이 상했고, 독도를 지우면서까지 수출을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어 마음을 굳혔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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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용 쌀과자 업체 ‘올바름’ 누리집에 주문 폭주로 배송이 지연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올바름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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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 등으로 이 같은 사연이 알려지면서 해당 업체의 쌀과자 주문이 급증했다. 14일부터 이날까지 사흘 동안 접수된 주문량은 이미 한 달 치 평균 판매량을 넘어섰다. 예상치 못한 주문 폭주로 업체는 누리집에 ‘배송 지연 안내문’까지 내걸었다.



김 대표는 “14일이 ‘택배 없는 날’이라 직원 대다수가 쉬는 날이었는데, 주문량이 심상치 않다고 느껴 다들 출근했다“며 “회사로 응원 전화가 끊이지 않았고, 온라인 주문이 어려운 어르신들은 전화를 걸어와 ‘제품을 꼭 구매하고 싶은데, 계좌번호를 불러달라’고 말씀하시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배송이 늦어질 수 있다고 안내를 드리면 오히려 ‘천천히 보내줘도 된다’고 말씀해 주셔서 송구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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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올바름 김정광 대표(왼쪽)는 2023 러브 독도 페스티벌에 참가해 독도사랑운동본부에 600만원 상당의 제품을 기탁했다. 올바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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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출을 포기한 것이 아쉽지는 않았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다른 판로를 찾아 더 많은 걸 얻으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실제 해당 업체는 베트남과 호주에 이어 일본 수출을 포기한 이후 홍콩, 대만으로도 제품을 수출하게 됐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신 만큼 독도를 더 사랑하고,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독도’ 포장지 그대로 일본으로 수출하는 하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주성미 기자 smoo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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