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자산시장 '태풍의 눈' 부상
탈중앙화 자산 비트코인에 힘싣기
CBDC 옹호 기존 행정부와 대립각
공화 가치 수호·中 견제 '전략적 접근'
머스크와 대담서는 관련 언급 전무
당선땐 공약 이행 장담 어렵지만
시장은 반색···가격-지지율 동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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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친가상자산 행보에 업계가 들썩이는 한편 우려도 제기된다. 그의 비트코인 지지 발언이 진심인지, 당선되더라도 실제로 관련 정책을 시행할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탓이다. 비트코인을 지지하는 동시에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는 반대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보가 철저히 전략적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국 보수파의 전통적인 가치를 수호하는 동시에 달러화의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을 견제한다는 의미가 담겼다는 해석이다.
이달 12일(현지 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대담과 관련해 업계 관계자 및 전문가들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친가상자산 인사로 손꼽히는 머스크 CEO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두 시간 동안 인공지능(AI), 불법 이민, 지구온난화 등 다양한 주제를 논의했지만 가상자산 관련 언급은 전무했다. 미국 블록체인 매체인 디크립트는 이 같은 점을 지적하며 “이번 대선에서 가상자산을 주요 의제로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는데도 변한 것이 없다”고 논평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친가상자산 발언으로 투표권자들의 이목을 끌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가상자산 의제를 후순위로 미뤄두고 있다는 이야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친비트코인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해왔다. 지난달 27일에는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도해 작성한 공화당 강령에는 비트코인 채굴권 보장, CBDC 반대 등이 명시됐다. 모든 미국인이 디지털 자산을 자율적으로 보관할 권리를 보장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는 정부 감시와 통제에 저항하고 자유를 중시하는 공화당의 정치 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CBDC는 중앙은행 통제력 강화를 의미하지만 비트코인 등은 탈중앙화 자산으로 CBDC의 대척점에 있기 때문이다. 오태완 INF 크립토랩 대표는 “정부가 CBDC를 이용해 국민들의 경제활동을 감독할 뿐만 아니라 필요할 경우 통제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트럼프 역시 개인 프라이버시, 자유 같은 가치를 우선으로 보고 CBDC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확인되지 않은 비밀 집단인 ‘딥스테이트’가 국가권력 위에 군림하며 자신의 국정운영을 방해해왔다는 음모론을 줄곧 제기해오기도 했다. 중앙 권력에 대한 불신이 비트코인 지지로 이어진 셈이다.
다만 어디까지나 정치적·전략적 행보라는 경계감도 높아지고 있다. 최윤영 코빗리서치 센터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CBDC를 반대하는 이유로 중국을 꼽았다. 중국은 이미 2020년부터 CBDC를 발행해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달러화 패권에 대한 도전장이기도 하다. 최 센터장은 “CBDC 기술력에서 상당히 앞서 있는 중국과 경쟁하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비트코인 지지가 당선 이후 정책으로 구체화될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아서 헤이스 비트맥스 창립자는 “트럼프는 영리한 정치인이고 당선 이후 그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최 센터장도 “당선 이후 공약을 이행할지가 관건인데 현재로서는 가상자산 공약이 뚜렷하게 정해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을 전략적으로 비축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정작 구체적인 법안을 언급하는 연설은 신시아 루미스 공화당 상원의원이 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은 가상자산 시장과 업계에 청신호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오 대표는 “현 정부가 가상자산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아주 우호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더라도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며 “무작정 가상자산을 반대한다면 (정치적으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대체로 트럼프 전 대통령 또는 공화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때문에 최근 가상자산 가격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과 정비례해 움직이고 있다.
도예리 기자 yeri.do@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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