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정치권 사퇴와 제명

76년간 4번 있던 ‘의원 제명 추진’ 벌써 3번···양극 치닫는 22대 국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14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탄핵소추사건 조사’와 관련한 청문회에서 권익위원회 고위 간부 사망과 관련한 의사진행발언을 하던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왼쪽)과 이를 항의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오른쪽)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2대 국회 들어 3개월도 지나지 않았지만 국회의원을 상대로 한 가장 강한 징계인 제명 요구가 19일 기준 벌써 세 차례 나왔다. 제헌국회부터 21대 국회까지 76년 동안 제명촉구결의안(제명안) 발의가 4번(6명)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급격한 증가다. 22대 국회 초반부터 정쟁이 극단적으로 전개됨에 따라 거대양당도 대응 수위를 높인 것으로 해석된다. 성숙한 의회 정치를 위한 상호 존중이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6일 국회 의안과에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 제명안을 냈다. 국민의힘이 지난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권익위원회 간부 사망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를 “살인자”라고 한 전현희 민주당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내자 맞불을 놓은 것이다.

민주당은 “송 의원은 전 의원을 향해 ‘본인부터 반성하라. 본인이 그 분에게 고생시킨 건 생각 안 하냐’, ‘본인은 기여 안 했나’ 등 권익위원회 고위직 간부 사망에 (전임 권익위원장이었던) 전 의원이 직접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망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앞서 지난 2일 민주당 소속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제명안도 제출했다. 최 위원장이 탈북자 출신인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체주의 국가에서 생활하다 보니”,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게 “뇌 구조가 이상하다” 등 막말을 했다는 이유였다. 세 제명안 모두 각 당 원내 지도부의 주도 하에 소속 의원 모두의 서명을 받아 제출됐다.

의원직 제명은 국회법상 징계 중 가장 높은 수위다.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본회의 의결시 해당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한다. 이 때문에 여야는 정쟁을 하면서도 제명안 발의는 자제해왔다. 상대의 막말에 대해서도 국회 윤리위에 징계요구안을 접수하는 것이 통상의 대응이었다.

실제로 제헌국회 이래 21대 국회까지 76년 동안 의안명에 제명을 명시한 제명안은 총 4번에 불과했다. 2019년 ‘5·18 망언’을 한 김순례·김진태·이종명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2021년 50억 클럽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 2021년 ‘후원금 횡령 의혹’ 윤미향 민주당 의원 등에 대해 발의됐다. 이 제명안들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회기 종료로 폐기됐다. 1979년 김영삼 전 대통령 제명이 유일하게 국회를 통과한 사례인데, 무리한 제명으로 부마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이달 나온 3건의 제명안에 대해선 21대 국회 같으면 윤리위에 징계를 요구하고 넘어갔을 사안이다. 그러나 22대 국회 들어 야당의 주요 인사 탄핵과 법안 강행 처리, 윤석열 대통령의 연이은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등 각자의 권한을 최대치로 사용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제명안 제출이 활성화됐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통화에서 “여야가 서로 자제할 것은 자제하는 상호 존중과 불문율이 있어야 성숙한 의회 정치를 할 수 있는데, 22대 국회 들어서 비정상적인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과방위 소속인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국민의힘의 최 위원장 제명안 제출과 관련해 “제명안은 (여당의) 보복성 행위로 보인다. 정치를 좀 대국적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5·18 성폭력 아카이브’ 16명의 증언을 모두 확인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