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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운동하려면 어쩔 수 없다”…돈 받고 ‘노출 사진’ 파는 올림픽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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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 7일(현지시각) 2024파리올림픽 여자 장대높이뛰기에서 동메달을 딴 알리샤 뉴먼(캐나다). /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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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체육’은 재능있는 정예를 차출해 학창 시절부터 전문적이고 집중적인 훈련을 받도록 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한국 여자 양궁대표팀이 올림픽 10연패를 달성하자 외신들은 이러한 시스템에 주목했다. 해외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올림픽 자금 지원 시스템이 “망가졌다”는 말까지 나온다.

집세도 내기 어려운 극심한 재정난으로 인해 많은 올림픽 선수가 성인용 유료 플랫폼 ‘온리팬스(OnlyFans)’로 생계를 유지하는 현실을 AP통신이 조명했다.

AP는 지난 10일(현지시각) “고장 난 자금 지원 시스템에 직면한 올림픽 선수들이 꿈을 이루기 위해 온리팬스에 의지하고 있다”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TV 중계권, 티켓 판매, 스폰서십으로 수십억 달러의 수입을 올리지만, 대부분의 선수는 재정적으로 자립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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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올림픽 다이빙 동메달리스트 잭 로거(영국·오른쪽)와 영국 수영대표팀 선수들이 단체로 춤을 추는 영상을 온라인에 올렸다. /잭 로거 인스타그램


2016 리우올림픽 금메달, 2021 도쿄올림픽 동메달에 이어 2024 파리올림픽에서도 동메달을 딴 영국의 다이빙 선수 잭 로거는 생존을 위해 온리팬스를 이용하는 선수 중 하나다. 한 달에 10달러(약 1만3000원)를 내는 그의 계정에는 “스피도(몸에 딱 붙는 남자 수영복), 속옷 등 일하기에 안전한 콘텐츠를 게시한다”고 적혀 있다. 최근 올림픽 관련 게시물은 1400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다. 로거는 “저에게는 절대적인 생명줄이었다”고 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승하며 ‘최초의 게이 금메달리스트’로 불리는 호주의 다이빙 선수 매튜 미챔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후원금을 확보할 수 없었다. 반나체 사진을 온리팬스에 올리기 시작한 후 선수로서 받았던 연봉의 세 배를 벌어들였다. 미챔은 “매일 6시간씩 일주일에 6일을 조각상 같은 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며 “제 몸은 사람들이 돈을 주고서라도 보고 싶어 하는 상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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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의 조정 선수 로비 맨슨(왼쪽)이 2024 파리올림픽 조정 남자 경량급 더블스컬 경기를 펼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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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의 조정 선수 로비 맨슨은 “제 콘텐츠는 암시적 누드”라며 음란물은 없다고 했다. 맨슨은 “(온리팬스에 대해)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고, 운동할 때도 같은 생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며 “이런 접근 방식이 올림픽에서 개인 최고 성적을 거두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파리올림픽 육상 여자 장대높이뛰기에서 동메달이 확정되자 골반과 엉덩이를 앞뒤로 흔드는 트워킹 춤을 춰 주목받은 캐나다의 알리샤 뉴먼은 온리팬스로 부동산을 구입하고, 저축도 할 수 있었다. 뉴먼은 “운동선수는 절대 많은 돈을 벌 수 없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며 “여기서 제 사업가 정신이 발휘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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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올림픽 여자 장대높이뛰기 동메달리스트 알리사 뉴먼. /알리사 뉴먼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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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온리팬스에 콘텐츠를 올리는 운동선수들은 사회적 낙인과 싸워야 했다. 몇몇 선수는 “포르노 스타가 아니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멕시코의 다이빙 선수 디에고 발레자 이사이아스는 “좋아서 하는 운동선수는 없다고 믿는다. 해야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며 허탈감을 토로했다.

AP는 올림픽 자금 조달 모델이 망가졌기 때문이라며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자비로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는 여러 선수와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나 ‘체조 전설’ 시몬 바일스와 같은 스타는 수백만 달러를 벌 수 있지만, 대부분의 선수는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는 데 드는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국가의 대표단은 훈련 비용을 지원하기도 하지만, 선수들이 의료비와 생활비까지 스스로 부담해야 하는 곳도 있다.

IOC는 선수들의 온리팬스 활동과 관련해 “우려할 만한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선수들에게 재정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는지 구체적으로 물었으나 IOC는 “수익의 90%를 스포츠와 선수의 발전에 배분한다”고 밝혔을 뿐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A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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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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