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발파 정황 있었으나 경찰이 단순 교통사고 단정"…경찰 "범죄 혐의점 없어"
사천 골재 채취장 사망 사고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 |
(창원·사천=연합뉴스) 정종호 기자 = 최근 경남 사천시 한 골재채취장에서 2명이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노동계와 유족 등이 수사당국에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와 사고 사망자 유족 등은 20일 고용노동부 창원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 직후 경찰이 보여준 행동은 상식 이하였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 2일 낮 12시 11분께 사천시 사천읍 한 골재채취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골재채취장 내 비포장도로를 달리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도로 4m 높이 아래로 추락해 전복하면서 차량 운전자 60대 남성과 조수석에 타고 있던 50대 남성이 크게 다쳐 숨졌다.
사고 차량 |
유족 A씨는 회견에서 "사고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을 비롯해 고용노동부 감독관은 골재업체 직원 말만 듣고, 운전자 부주의에 의한 자동차 사고라고 단정 지었다"며 "폐쇄회로(CC)TV 분석과 사고 전후 사실관계 확인은 일절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유족들은 사고 초기 경찰 등의 말에 따라 불의의 교통사고로 고인이 숨진 것이라고 판단해 장례까지 모두 마쳤다.
그러나 장례 이후 고인 지인들이 사고 차량 사진 등을 보고 단순한 차량 추락 사고일 리가 없다고 주장했고, 이 말을 들은 유족들이 고인 휴대전화에 있던 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사고 당시 골재 채취장에서 발파 작업이 있었던 정황을 발견했다.
A씨는 "발파 직후 거대한 돌덩이와 먼지가 빠른 속도로 차량이 있는 위치를 덮쳤다"며 "이제야 시신이 그토록 훼손됐는지 이해가 된다"고 울먹였다.
유족 변호인인 조애진 변호사는 회견에서 "경찰의 변사사건 처리규칙에는 사망 원인과 관련된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철저히 보존·조사해야 한다고 나와 있지만, 경찰은 시신 검시도 하지 않고 유족에게 시신 얼굴도 보지 말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조 변호사는 경찰의 이런 수사로 인해 부검을 통해 사건 진상을 규명하고 유족이 시신 상태를 확인할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주장한다.
기자회견서 발언하는 조애진 변호사 |
이와 관련 사천경찰서 관계자는 "사고 직후 범죄 혐의점이 없는 차로 인한 사망사고가 명확해서 시신 부검에 대한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현재 시신은 모두 화장된 상태다.
이 때문에 고인들이 교통사고 충격으로 사망했는지 혹은 발파 이후 채취장에서 날아온 돌에 맞아 사망했는지 등 정확한 사인 파악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경찰은 주요 증거물인 사고 차량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골재업체가 사고 이후 사고 차량 폐차 절차를 밟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유족들은 이 사실을 알고 고용노동부에 신고해 폐차를 막아달라고 요청했고, 현재 사고 차량은 경기 안성의 한 폐차장에 보관돼 있다.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은 사고 차량에 대한 감식이 가능한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문의한 상태다.
단순 교통사고가 아닌 채취장 인근에서 발파와 관련한 이유로 고인이 숨졌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경찰이 증거물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논란에 대해 사천경찰서 관계자는 "아직 사건이 종결되지 않았고, 사고 원인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관련 영상과 업체 관계자 진술, 현장 조사 등 모든 사안을 종합해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은 고인 2명 모두 등기 임원일 뿐 실질적인 경영주가 아니라는 주장이 있어 관련 조사를 하고 있으며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 등을 검토하고 있다.
jjh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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