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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광화문광장에 태극기가 걸린다면…이념 대신 순수한 국가상징 의미 회복 계기로 [핫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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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광화문 광장에 ‘100m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려던 기존 계획 대신 6·25 전쟁 희생자를 기리는 국가상징공간을 조성한다고 한다. 태극기를 넘어 6·25전쟁 얘기까지 나오니 다소 뜬금없다는 느낌도 든다. 태극기 게양대 하나 설치하려다 관제 상징물 공간이 더 넓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도 생긴다. 시민 의견 제시가 522건에 그쳐 모수 자체가 작은 것도 아쉽다. 하기야 먹고 살기 바쁜 국민이 내 집 수리도 못할 지경인데 광화문 공간 구성까지 신경쓸 여유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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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 조성 관련 답하는 오세훈 시장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광화문광장 국가상징공간’ 조성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8.20 scap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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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지난 6월 태극기 게양대 설치 얘기가 나왔을 때도 반대하지 않았다. 본인이 2017년 쓴 졸저 ‘유럽변방으로 가는 길’의 에필로그 편에서도 그렇게 썼다. 튀르키예 도시인 이스탄불을 몇 차례 다녀온 후였다.

<누구는 대한민국이라는 좋은 국호를 왜 영문으로 ‘그레이트 코리아(Great Korea)’로 공식화하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그레이트 브리튼’이라는 영국의 대외 국명처럼 말이다. 내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초대형 태극기를 광화문 광장을 포함해 도시 곳곳에 내걸었으면 한다. 터키나 이란, 아제르바이잔, 알바니아 등을 여행할 때 광장과 정부 청사 등 시내 곳곳에서 그들의 초대형 국기가 휘날리는 것을 보고 외국인인 나 조차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태극기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는 것부터가 그레이트 코리아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권위주의 체제인 튀르키예가 정권에 충성하는 신민 양성과 국민 단합을 목표로 자국기를 내걸었다면 긍정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우리에게 대입해보면 광화문 광장 태극기 하나로 권위주의나 국수주의를 칭송하는 것으로 비칠 만큼 우리 국민의 정치의식은 낮지 않다.

이번 여름 미국 뉴욕에 다녀왔는데 성조기가 관공서뿐만 아니라 호텔과 일반 건물 밖에 내걸려있는 것을 보고 내심 놀랐다. 기념일이 아닌데도 평소에 수많은 건물에 대형 국기가 게양돼 있었다. 미국에 살았던 지인은 현지인들이 국기를 보며 자국에 대한 자부심, 속칭 ‘국뽕’에 취해있다고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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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맨하텐 건물에 내걸린 성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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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끝난 파리올림픽 유도에서 은메달을 딴 재일교포 허미미씨는 파리로 가기 전 “독립운동가 후손이 프랑스 하늘에 태극기를 휘날리러 갑니다”라며 대한유도회에 출사표를 냈다. 그게 바로 태극기가 주는 가장 순수한 의미일 것이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태극기에 대해 부정적인 느낌을 갖게 됐다. 박근혜·문재인 정권 때 활약한 ‘태극기 부대’의 강골 우익 이미지로 인해 태극기 하면 ‘보수 꼰대’를 떠올리게 됐다.

서울시가 태극기든, 무궁화든 뭔가를 넣어 국가상징공간을 조성한다고 하니 멋진 기념물이 나오기 바란다. 태극기가 들어간다면 광화문 광장에서 만큼은 여야(與野)와 좌우 진영을 떠나 태극기를 대한민국 국기라는 본연의 차원에서 접할 기회가 됐으면 한다. 서울시는 기념공간에 관제적인 색깔을 최대한 빼서 시민들이 즐겨찾는 장소가 되도록 해야 한다.

김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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