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빠른 핵무기 확장에 대비한 새로운 비밀 핵전략 문서에 서명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구체적인 내용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이 문건에 접촉할 수 있는 고위 관계자 사이에서 “북·중·러의 (핵 위협을) 동시에 억지할 필요성”이 부각됐다고 한다. 중·러의 군사 협력에 이어 북·러간 군사적 밀착 등이 3국의 핵 위협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국 공군의 전술핵 탄두인 B61 보관소. 사진 미 무기통제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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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비공개 전략 문건인 ‘핵운용지침(Nuclear Employment Guidance)’에 서명했다. NEG는 4년 정도마다 갱신되는데, 전자 사본이 없고 소수의 안보 담당 고위 관계자와 군 지휘관에게만 인쇄본이 배포될 정도로 엄격하게 관리된다.

이번 NEG는 중국의 핵무기 보유량이 2030년까지 1000기, 2035년까지 1500기 규모로 급속히 늘어날 것이란 미 국방부의 예측을 토대로 작성됐다고 한다. 미국은 이런 중국의 핵전력 증강에 긴장하고 있다. 미·중 간 핵 충돌 가능성을 막기 위한 핫라인 구축 등도 중국 측의 반대로 사실상 협의가 중단돼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이 대만에 대규모 무기 판매를 승인한 것을 이유로 대화 재개를 거부하는 상황이다.

NYT는 문건의 내용을 알만한 인사들이 언급한 내용이라며 “(이번 NEG는) 중국 핵무기의 규모와 다양성의 상당한 증가를 설명한다”(비핀 나랑 전 미 국방부우주정책차관보), “(새로운 전략은) 러시아, 중국, 북한을 동시에 억지할 필요성을 제시했다”(프라나이 바디 NSC 군비통제·군축·비확산 담당 선임보좌관) 등의 발언을 전했다.

특히 바디 보좌관의 발언과 관련, 신문은 “과거엔 미국의 적들이 미국의 핵무력을 능가하기 위해 공조할 가능성이 희박해 보였지만, 러·중 간 새로운 파트너십과 북한·이란의 대러시아 무기 제공은 워싱턴의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꿔놨다”고 풀이했다.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미국 공군의 B-52 전략폭격기가 지난해 10월 17일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아덱스2023'에 참가해 행사장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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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미국이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NYT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 차례 정상회담 후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예측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며 “김정은은 핵무기를 두 배로 늘려 현재 60기 이상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더 많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미 당국자들은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북한의 핵무기 확장은 파키스탄과 이스라엘의 규모에 빠르게 근접하고 있으며, 이론적으론 모스크바와 베이징의 (핵)위협을 조정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크다”고 했다.

이와 관련, 박용한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 대선 이후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미국의 대북 접근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며 “북한의 핵사용을 억지하기 위한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 노력이 지속되도록 다양한 협력 채널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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