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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학생 138명 한국계 학교 기적…日고시엔 결승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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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일본 내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21일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이날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준결승전에서 승리를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다(왼쪽). 또 선수들이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라는 한국어 교가를 부르는 모습이 공영방송 NHK를 통해 일본 전국에 생중계됐다. 교도연합뉴스 ·NHK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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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아침저녁 몸과 덕 닦는 우리의 정다운 보금자리, 한국의 학원'.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등학교가 고교 야구 꿈의 무대인 '여름 고시엔(甲子園)' 결승에 진출했다. 경기 후 승리 팀의 교가를 부르는 전통에 따라 '동해 바다'로 시작해 '한국의 학원'으로 끝나는 교토국제고의 교가도 NHK를 통해 일본 전역에 생방송됐다.

21일 교토국제고는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한신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본선 준결승전에서 아오모리현 대표인 아오모리야마다고에 3대2로 역전 승리했다. 직전 3경기에서 모두 4대0으로 완봉승하며 준결승까지 올랐던 교토국제고는 이날 경기에서는 1회 2점을 내주는 등 경기 중반까지 끌려가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6회초 1사 만루에서 하세가와 하야테가 적시타를 날려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고, 이어 핫토리 하야마가 투수 앞 땅볼로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여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이어진 네 번의 아오모리야마다고의 공격을 침착하게 막아낸 교토국제고는 꿈에 그리던 결승 진출의 역사를 만들어냈다. 백승환 교토국제고 교장은 "꿈에 그리던 결승까지 올라가게 돼 정말 기쁘고 (학생들이) 대견스럽다"며 "일본에 계신 동포분들께 감동을 드릴 수 있어서 기쁘고 한국에서 우리 학교를 응원해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1999년 야구부를 창단한 교토국제고는 최근 4~5년 새 간사이 지방을 대표하는 강팀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2021년 여름 고시엔 본선에 처음 진출해 4강에 올랐으며, 이듬해에도 교토 예선에서 우승하며 2년 연속 고시엔 본선 무대를 밟았다. 작년에는 본선 진출에 실패했지만, 올해 다시 고시엔에 등장해 결승 티켓을 거머쥐며 일본 전역에 확실한 존재감을 남겼다.

NHK 해설자도 "창단 후 20년이 조금 넘은 학교가 고시엔 결승까지 진출한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며 "결승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덕담하기도 했다.

교토국제학원이 운영하는 교토국제고는 올해 현재 중·고교생을 합해 총 160명인 소규모 한국계 학교다. 현재 재적 학생의 65%가 일본인이고, 한국계는 30%가량이다.

교토국제고의 전신은 재일동포들이 민족 교육을 위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1947년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다. 1958년 한국 정부의 인가를 받았고, 2003년에는 일본 정부의 정식 학교 인가를 받아 현재의 교토국제고로 이름을 바꿨다. 학생을 모집하기 위해 야구부를 창단해 1999년 일본 고교야구연맹에 가입했으며 고교생 138명 중 야구부 소속이 61명에 달한다. 이번에 선수로 출전한 야구부 학생 전원도 일본인으로 구성돼 있다.

고시엔이 일본 전역에서 워낙 주목받는 경기인 데다 NHK에서 매일 생방송으로 경기를 중계하다 보니, 교토국제고의 한국어 교가를 놓고 일부 혐한주의자들의 비난이 나오고 있다. 일부는 X(옛 트위터)에 "한국어 보기가 싫다. NHK는 어느 나라 방송이냐"는 비난글을 올리기도 한다.

반면 고교생들의 순수한 땀과 열정을 '혐한'이라는 잣대로 평가하지 말라며 교토국제고를 응원하는 야구팬들의 목소리도 높다.

결승전은 23일 오전 10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결승 상대는 도쿄 대표인 간토다이이치고교다.

두 학교 모두 결승에서 승리할 경우 첫 우승을 기록하게 된다. 일본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현 수도인 도쿄와 옛 수도인 교토의 싸움"이라며 "이기는 쪽을 진정한 수도로 정하자"는 농담도 나오고 있다.

한편 1915년에 시작돼 올해로 106회를 맞은 여름 고시엔은 일본의 대표적인 고교야구대회다. 현지 선수들에게는 꿈의 경기로 통하고, 여기서 배출된 많은 선수가 현재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하고 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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