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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경기 침체보다 집값이 더 무섭다’… 한은, 내수 부진에도 금리 13주째 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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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부동산 심리 자극하는 실수 안 돼”

한국은행이 22일 기준금리를 연 3.5%로 13주째(1년 6개월) 동결하며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정책 배경으로 꼽았다. 물가 수준과 침체된 내수는 금리 인하에 나설 조건을 충족하지만, 서울 아파트 값이 치솟고 있어 집값을 자극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물가 수준만 봤을 땐 기준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됐다고 판단하는 쪽으로 가고 있지만, 한은이 유동성을 과잉 공급함으로써 부동산 가격 상승의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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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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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금리 인하가 너무 늦어질 경우 내수 회복이 지연돼 성장 모멘텀이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현재 상황에선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할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기적 한국 경제 발전 방향을 볼 때 한은이 부동산 가격에 관해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금통위원들은 이날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보이고, 부동산 관련 정부 (대출 규제)정책도 시행될 것인 만큼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채 금융안정 상황을 지켜보고 금리를 결정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물가상승률 둔화 흐름에도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나 가계부채 증가세를 감안했을 때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점을 거듭 지적했다.

미국의 9월 금리 인하가 기정사실화 되면서 금리 인하 환경은 이미 마련됐다.

국내적으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넉 달 연속 2%대를 기록했고 원·달러는 1300원대 초반대로 내려왔다. 또 고물가와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내수 부진 우려가 높아져 한은이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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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밀집 지역의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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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금리 결정은 금통위의 고유권한이지만 내수진작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금통위가 금리 동결에 나선 데는 과열된 부동산 시장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 7월 서울 주택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0.76% 오르며 2019년 12월(0.86%) 이후 가장 크게 상승했다. 수도권 집값도 0.4% 올라 전월(0.19%)보다 상승세가 확대됐다.

이와 함께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이들 들어 지난 14일까지 4조2342억원 늘며 지난달 증가액(7조660억원)을 위협하고 있다. 한은이 금리를 선제적으로 낮출 경우 부동산 급등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총재는 “정책 금융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면 대출해야 할 양이 늘어나는 위험이 이미 현실화됐다고 보고 있다”며 “이 고리를 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은은 정부의 강화된 대출 규제인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의 9월 시행 영향을 비롯해 집값 추이를 지켜본 뒤 방어적인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앞으로 나올 경제 지표들을 보고 (기준금리 인하를) 10월에 결정할 수도 있고 11월에 결정할 수도 있다”며 말을 아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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