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세 둔화에도 집값·가계부채 우려 여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2일 기준금리를 또다시 동결했다. 물가 둔화세와 경기 부진 우려 등은 금리인하를 가리키고 있지만, 수도권 집값 상승 및 가계대출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날 금통위원 여섯 명 중 네 명은 향후 3개월 내에 금리인하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영끌족'에 대해서 재차 경고하는 등 섣부른 금리인하가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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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다. 이는 13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로, 역대 최장 기간 동결이다. 물가상승률 둔화 흐름 및 내수 부진 등의 지표가 금리인하를 가리키고 있지만, 수도권 집값 상승 및 가계대출 우려가 여전하다는 판단에서다.
인하 가능성 커졌는데...발목 잡는 '집값'
이날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통위원 여섯 명 중 네 명은 3개월 뒤에 금리인하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두 명의 위원이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답한 것과 비교하면 10월 금리인하 가능성에 한층 가까워진 모습이다.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원 네 분은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보이고 부동산 관련 정부 정책들도 시행될 예정인 만큼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채 거시경제 및 금융안정 상황을 지켜보면서 금리 결정을 하자는 의견을 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7월 2.6%로 석유류 가격 상승 등으로 지난 달(2.4%)보다는 올랐지만, 지난 4월(2.9%) 이후 꾸준히 2%대를 유지했다. 이 총재 또한 "물가와 경기 측면에서는 향후 적절한 금리인하를 고려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됐다"라고 평가했다.
발목을 잡는 것은 집값 및 가계대출 우려다. 올해 4월부터 주택담보대출이 월 5조원 이상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고, 수도권 부동산 가격 또한 들썩이고 있어서다. 자칫 기준금리를 낮췄다간 집값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수 있다.
금통위원들 또한 이번 금리 동결에는 소수의견 없이 만장일치 한 것으로 나타났다. 3개월 기준금리 전망에서는 4명의 금통위원들이 금리인하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최근 발표한 부동산 관련 정부 정책 효과 등이 집값 안정화 등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지켜본 뒤에 결정하는 것이 맞다는 '만장일치' 판단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금융안정에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는 위험을 고려했을 때 (금통위원) 여섯 분 전체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해 소수의견 없이 동결한 것"이라며 "네 분이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언급했지만 꼭 인하한다는 건 아니고 조건부"라고 강조했다.
양쪽 가리키는 데이터…"어디에 목표치 둘까"
이처럼 여러 데이터가 금리인하와 긴축 양쪽을 가리킬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기준금리 결정권을 쥐고 있는 한국은행의 고민 또한 커지고 있다.
만약 금리를 내리면 집값 상승을 부추겨 한은의 정책 목표인 금융안정이 삐걱댈 수 있다. 반면 고금리를 유지하면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내수 부진이 가속화될 수 있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에 대해 "어느 쪽으로 듣느냐에 따라서 어떤 결정을 해도 합리화시킬 수 있고 어떤 결정을 해도 욕을 먹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번 금통위에 이어 금리인하로 과도한 유동성을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지는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그는 "이번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다른 요인들은 시차를 두고 반응할 수 있지만 부동산 및 가계부채는 이 시점에 잡아 두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해서 금리를 동결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출을 받아 무리하게 주택을 구입하는 '영끌족'을 향해서도 "이번 정부의 주택 공급이 과거보다 현실적이고 과감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라며 "정부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강화 가능성이 커져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올라가는 데 대한 제약이 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이어 "(기준금리가)과거처럼 0.5% 수준으로 내려가서 '영끌'로 굉장히 많은 부채를 내더라도 부담이 적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금통위원들께서 한국은행이 과도한 유동성을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부추기는 통화정책을 운용하지는 않겠다는 것을 확실히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가 8월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주장한 데 대해서도 "전망의 차이라기보다는 KDI가 내수나 경제성장에 좀더 중점을 둬서 제안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한은은 이날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5월 2.5%에서 0.1%포인트 하향한 2.4%포인트로 하향했다. 다만 이는 내수 부진 등의 이유보다는 1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예상치를 크게 웃돈 1.3%를 기록한 것이 일시적인 효과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한은의 역할은 정부와의 정책 공조에 따라 역할을 분담하는 것으로,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을 긍정적으로 본다"라며 "모든 걸 해결해주는 답은 없고, 10월~11월 데이터를 보면서 금리를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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