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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납품 조작·불법 파견·비정상 생산…'人災'였던 아리셀 화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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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경찰, 수사 결과 합동 브리핑

아리셀 대표 등 4명 구속영장 신청

대피 경로 부실에 안전 교육 없었다

지난 6월 경기도 화성에서 발생한 아리셀 공장 화재가 '인재(人災)'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품질 검사를 조작하는 등 불법을 저지른 회사가 납품 기일을 무리하게 맞추는 과정에서 파견법을 위반하며 비숙련공을 여럿 투입했고, 공정 부실로 불량 제품에서 불이 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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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운경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장이 23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 화성서부경찰서에서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4.8.23 xanadu@yna.co.kr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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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등 위반으로 4명 구속영장 신청

고용노동부 경기지청과 경기남부경찰청 아리셀 화재 사고 수사본부는 23일 오전 화성서부경찰서에서 합동 브리핑을 열고 일차전지 제조 업체인 아리셀 화재 관련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고용부 경기지청은 박순관 아리셀 대표와 아들인 박중언 아리셀 총괄보부장, 인력 공급 업체인 한신다이아 대표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산업안전보건법,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은 추가로 아리셀 안전보건관리 담당자를 대상에 추가, 총 4명의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강운경 경기고용노동지청장은 "수사 과정에서 사안의 중대성, 증거 인멸 등을 감안해 화재 사고 책임자 등에 대한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또 "중대산업재해와 관련해 경영 책임자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 위반과 다수의 인명 피해를 야기한 안전 조치 의무 위반 혐의"라고 설명했다.

경기지청은 구체적으로 ▲경영 책임자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 위반 ▲다수의 인명 피해를 야기한 화재 대피 관련 안전 조치 의무 위반 및 산업 재해 발생 사실 은폐 ▲근로자 파견 사업 허가 없이 파견 대상 업무가 아닌 제조업 직접 생산 공정 업무에 근로자 파견 역무를 받고, 제공한 혐의 등이 있다고 봤다.

위법 납품에 무리한 생산으로 화재 발생

이번 화재는 지난 6월 24일 오전 10시30분쯤 화성 아리셀 공장 3동 2층에서 리튬전지가 폭발하며 발생했다. 이 사고로 23명이 사망하고 중상 3명에 경상 6명 등 총 9명이 부상을 입었다. 고용부는 이에 아리셀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집중 수사했고, 경찰 역시 수사본부를 편성해 불이 난 원인과 안전 관리 등을 수사했다.

조사 결과, 아리셀은 2021년 일차전지 군납 시작 때부터 품질검사용 전지를 제작해 시료와 바꾸는 등 위법한 방식으로 국방기술품질원 검사를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까지 같은 방식을 유지해왔는데, 최근 납품 품질 검사에서 국방 규격 미달 판정을 받으면서 납품 기일이 늦어지자 공정을 무리하게 가동했다. 한신다이아를 통해 미숙련 근로자 53명을 신규 투입하며 파견법을 위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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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23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 화성서부경찰서에서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공개한 사고 현장 이미지. 2024.8.23 xanadu@yna.co.kr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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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불량률이 높아지고 불량 유형도 여럿 늘었지만 업체는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하며 생산을 이어갔다. 화재 사고 이틀 전인 6월 22일에는 전해액 주입을 마친 발열전지 한 개가 폭발해 불이 났지만 생산 라인 가동은 지속됐다. 또 그 당시 폭발한 전지와 같은 시기에 전해액을 주입한 전지를 별도 조치 없이 화재 사고가 난 장소로 옮겨 보관, 이번 화재가 발생하게 됐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등을 살폈을 때 미숙련 근로자가 수작업 과정에서 숙련된 기술이 요구되는 메쉬(리튬 배터리 니켈 소재의 얇은 망) 절단을 제대로 하지 않아 절단면에 뾰족한 잉여 부분이 생겼고, 해당 부분이 외부에서 들어온 금속 이물질과 폭발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봤다.

불이 난 이후에는 대피 경로를 제대로 두지 않아 인명 피해가 커졌다. 화재가 발생한 공장 3동 2층에는 3개 출입문을 통과해야 비상구에 갈 수 있는데, 일부 문이 피난 방향과 반대로 열리게 잘못 설치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 채용과 작업 내용 변경 때마다 이뤄져야 할 긴급 조치와 대피 요령 교육도 없었다.

결국 근로자들은 배터리 폭발 때 즉시 대피해야 한다는 안전 지침을 모른 채 골든타임 '37초'를 놓쳤다. 23명의 희생자는 출입문을 20여m 앞둔 지점에서 모두 사망했다.

고용부, 남은 수사 마무리해 검찰 송치 예정

수원지방검찰청은 이날 박 대표 등 4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신청된 구속영장을 살핀 결과 범죄 혐의와 구속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경기지청은 앞으로 그간의 수사 내용과 구속영장 실질 심사 결과를 바탕으로 검찰, 경찰과 긴밀하게 협조해 신속하게 남은 수사를 마무리,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강 청장은 "수사, 감독, 지원에 모든 역량을 동원해 이번 사고와 같은 재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용부는 아리셀의 파견법 위반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근로자 321명을 상대로 한 임금 체불 등 노동법 위반 사항을 적발해 시정했다. 사고 외 공장동을 상대로 산업안전 특별 근로감독도 진행, 법 위반 사항 65건에 대한 사법 조치를 진행 중이다. 지난 13일엔 외국인 근로자 안전 교육을 강화하고 위험성 평가를 개편하는 내용 등을 담은 대책을 발표했다.

세종=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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