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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르포] 펄펄 끓는 제철소, AI가 일한다…안전성·생산성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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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브 사행 예방·제품 검수작업 자동화 등

철도 건널목에 '비전 AI' 도입…위험성 분석

윤일용 센터장 "산업용 AI, 실질적 재무가치 창출"





"무게 30톤, 평균온도 섭씨 1000도에 달하는 슬라브가 이동할 때, 자칫 정상 각도를 조금만 벗어나 설비와 부딪히게 되면 공장 전체가 멈추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요. 복구 과정에서 작업자가 화상을 입는 등 안전사고 위험도 커요."

지난 22일 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 4연주공장. 고로에서 나온 뜨거운 쇳물을 굳혀 만든 철강재 반제품인 슬라브가 만들어지는 곳이다. 갓 생산된 고온의 슬라브들이 줄을 지어 이동하는 뜨거운 컨베이어벨트 위, 이 같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두 대의 스마트 CCTV 카메라가 작업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포항제철소는 슬라브 사행을 예방하기 위해 포스코DX와 인공지능(AI)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 CCTV를 도입했다. AI가 슬라브의 형상과 각도를 실시간 인식하며 슬라브가 컨베이어 벨트 위에 비스듬히 놓여져 있는 현상(사행)을 실시간 감시하는 것이다. 사행이 발생하면 운전자에게 알림을 보낼 뿐만 아니라 AI가 라인을 자체적으로 중단시키는 공정제어 역할까지 수행해내고 있다.

시스템 도입 후 지금까지 슬라브 사행 사고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고, 현장 직원들이 CCTV 모니터를 하루 종일 바라봐야 하는 단순업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현재 4연주공장에 우선 적용됐고 추후 제철소 전체로 확대할 예정이다. 박중해 포스코 생산기술부 생산시스템섹션 과장은 "다른 공장은 센서에 의존해 예방보다는 사고가 났는지 빠르게 확인하는 수준이지만, AI 시스템이 도입된 4연주공장에선 사고 이전 사행 발생 예측까지 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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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제철소 선재제품 검수장에서 차량에 실린 선재제품을 스마트 CCTV가 자동으로 검수하고 있다. [사진=포스코D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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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검수작업도 AI가 해내고 있다. 선재 제품의 생산 정보와 차량에 상차된 현품 정보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선재 제품 검수장. 곳곳에 설치된 12대의 스마트CCTV가 제품에 부착된 라벨을 찾아 촬영하고 있다. 포항제철소는 포스코DX와 함께 올해 7월부터 스마트CCTV 제품라벨 탐지와 문자인식 AI기술을 융합해 선재 제품의 검수작업을 자동화했다.

기존에는 검수자가 제조실행시스템(MES) 송장정보와 제품라벨을 육안으로 대조하기 때문에 휴먼에러가 발생하거나, 제품라벨이 검수위치 반대편에 부착될 경우 검수자가 적재 차량 위에 올라가 확인해야 하는 위험성도 있었다. 이제는 AI가 12대 CCTV 카메라의 각도와 줌 기능을 제어하고 제품의 라벨 위치를 자동으로 추적해 문자를 인식하고, 이를 MES 데이터와 비교한 뒤 검수하고 있다.

고정된 화면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직접 CCTV를 제어해 라벨 위치를 스스로 찾을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안성훈 포스코DX IT사업실 스마트팩토리 그룹) 프로젝트 매니저는 "철판이 우그러졌거나 종이가 훼손된 경우, 조명 빛을 많이 받는 경우 등 여러 환경적 요인으로 인식이 안될 때 사람이 직접 가서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면서 "시스템 도입 후 AI가 라벨을 자동으로 인식하면서 정확도는 물론, 작업자의 안전성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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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제철소 용선 운송 기관차 운전실 [사진=포스코D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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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이 마지막으로 방문한 철도 건널목에도 AI가 지키고 있었다. 뜨거운 쇳물을 나르는 운송 기관차가 지나는 곳이다. 옆을 스쳐 지나갔을 뿐인데도 상당히 뜨거운 열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특히 기관차가 시속 10킬로미터(km) 수준으로 저속 운행되다 보니 차단기를 넘어 횡단하는 작업 보행자가 있기도 하고, 신호를 무시하고 건널목을 건너는 작업차량이 차단기 사이에 갇히는 경우도 발생했다. 기관차 무게가 1000톤에 달하는 탓에 급브레이크를 밟아도 제동거리가 상당히 길기 때문에 사람이나 차량이 시야에 나타났을 때 기차를 곧바로 세우기 힘들어 안전사고로 이어질 위험도 높았다.

이에 포항제철소 철도 건널목에 비전 AI 솔루션을 도입했다. 철도 건널목 주변의 작업자와 차량 등 위험요소에 대한 CCTV 영상을 분석하고 기관차 운전자에게 사전 알람을 보낸다.

이처럼 포항제철소는 포스코DX와 현장 곳곳에서 AI를 활용하고 있었다. 위험한 현장의 작업, 꼭 사람이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을 중심으로 AI가 그 역할을 대체하고 안전성과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윤일용 포스코DX AI기술센터장은 "이제는 효율화, 자율화, 무인화 등 산업현장의 요구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산업용 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면서 "산업용 AI야 말로 실질적 재무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로 주목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포스코 제철소의 작업 환경과 조업 노하우가 녹아든 디지털전환(DX) 기술을 바탕으로 꼭 사람이 하지 않아도 될 일들과 위험한 현장에서의 작업 등을 중심으로 AI를 대체해 가며 제철소의 인텔리전트 팩토리 전환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포항(경북)=박진영 기자 sunlight@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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