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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1점 궁사’의 다음 올림픽을 응원하며 [한겨레 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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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차드 양궁 국가대표 이스라엘 마다예 선수는 한국 남자 양궁 국가대표 김우진과의 경기 중 1점을 쏴 화제가 됐고 이후 한국인들의 응원 메시지가 쇄도했다. 유튜브 채널 ‘KBS 스포츠’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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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 오픈데스크팀장



올림픽 ‘호황’이 끝났다. 개막 전 대한체육회가 세운 목표(금메달 5개, 종합 15위권)를 훌쩍 넘는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가 쏟아져서인지 온라인 공간도 2024 파리올림픽 이야기로 뜨거웠다. 올림픽이 열린 17일 동안 올림픽 관련 기사는 ‘쓰는 족족 읽혔다’고 말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



올림픽 기간 동안 오픈데스크팀도 스포츠팀과 함께 올림픽 기사를 여럿 생산했다. 오픈데스크팀의 역할 가운데 하나는 주요 현안이 발생했을 때 현업 부서와 협업해 기동성 있게 뉴스를 전하는 것이다.



화제성 1위는 누구나 예상하듯 안세영이었다.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방수현 이후 28년 만에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따낸 안세영은 금메달을 손에 쥐자마자 대한배드민턴협회를 향한 작심발언을 쏟아내면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오픈데스크팀이 쓴 안세영 기사는 5개로, ‘양궁 3관왕’ 임시현을 다룬 기사(2개)보다 많았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가 폐막 직후인 지난 12~14일 18살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를 실시한 결과,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선수로 전체 응답자의 35%가 안세영을 꼽았다. 2위는 ‘탁구’ 신유빈(16%), 3위는 ‘양궁’ 김우진(10%)이었다.



안세영만큼 오픈데스크팀에서 많은 기사를 쓴 선수는 사격의 김예지였다. 전세계가 김예지와 사랑에 빠지게 된 계기부터가 흥미롭다. 시작은 국외 누리꾼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발적으로 올린 영상이었다. 해당 영상은 이번 올림픽 경기 장면도 아니었다. 지난 5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국제사격연맹(ISSF) 사격 월드컵 25m 권총 경기 장면이다. 당시 세계신기록을 세우고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는 김예지의 ‘쿨한’ 태도에 누리꾼들은 “영화 캐릭터 같은데 실제라니”라며 환호했다. 급기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까지도 “김예지를 액션 영화에 캐스팅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최근 한 매니지먼트사와 계약을 맺은 김예지는 여차하면 연기에도 도전해볼 생각이라고 하는데, 벌써부터 어떤 역할을 맡을지 궁금해진다.



올림픽 이후의 행보가 궁금한 선수는 또 있다. ‘1점 궁사’라는 별명이 더 익숙한 차드의 양궁 국가대표 ‘이스라엘 마다예’ 선수다. 세계 랭킹 201위인 마다예는 이번 올림픽에서 세계 랭킹 2위인 한국의 김우진 선수와 경기하던 중 과녁의 흰색 부분(1점)을 쐈는데 비웃음 대신 엄청난 응원 세례를 받았다.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고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인 차드에서 마다예는 독학으로 양궁을 배웠다. 아이들용 장난감 화살조차 찾기 어려웠고 연습은 유튜브에 올라온 한국 양궁 선수들 영상을 보면서 했다고 한다. 19살에 우연히 양궁의 매력 빠진 마다예는 훈련 비용을 벌기 위해 온갖 곳에서 일한 끝에 17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섰다.



그러니 1점을 쏜 게 대수랴. 마다예는 김우진에게 패한 뒤 “올림픽에서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의 다음 목표는? “당연히 2028 로스앤젤레스(LA)올림픽 출전”이다.



얼마 전에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왔다. 국내 양궁장비 제조업체가 마다예와 후원계약을 맺고 2028 로스앤젤레스올림픽까지 훈련·경기 출전에 필요한 물품을 해마다 지급하기로 한 것. 차드의 상황을 고려해 활과 화살뿐 아니라 체스터 가드(가슴 보호대), 모자와 티셔츠 등 모두 9가지 물품을 제공하기로 했단다.



최근 마다예는 자신의 에스엔에스에 태극기 사진을 올리고 ‘나는 이 국기를 사랑한다’고 적었다. 올림픽은 끝났지만 마다예의 에스엔에스에는 지금도 한글로 응원 댓글이 달리고 있다. 내전과 반란에 고통받는 차드 국민들이 기뻐할 만한 것을 주고 싶다는 마다예의 바람이 이뤄지길, 나도 계속 응원할 참이다.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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