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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반도체 등 수도권 전력수요 커지는데… 전력망 확충은 ‘삐걱’[세종팀의 정책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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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시, 변전소 증설사업 불허

원전-태양광 전력 이송 ‘빨간불’

더워도 너무 더운 올여름. 낮 시간 산업용 전력 수요가 유지되고 에어컨 냉방 수요가 겹치면서 하루 최대 전력 수요가 벌써 여러 차례 최고 기록을 새로 써냈습니다. 최대 전력 수요는 20일 오후 5시에 97.1GW(기가와트)로 다시 한 번 정점을 찍었습니다.

한국은 전력 수요과 공급의 균형이 유난히 맞지 않는 나라입니다. 발전 비용이 비교적 적은 원자력·석탄 발전소가 동해안에 집중돼 있는 상황. 반대로 호남 지역에서는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발전 설비가 커지는 중입니다.

이런 가운데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곳은 이들 지역과 거리가 먼 수도권입니다.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는 수도권으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입주하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수도권 전체 전력의 4분의 1에 이르는 10GW의 전력 수요가 예상됩니다.

‘동(東)원전, 서(西)태양광’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끌어오는 일이 지상 과제가 된 상황이지만 경기 하남시는 21일 동서울 변전소 증설 사업에 불허 결정을 내렸습니다. 동해안과 수도권을 잇는 송전선로의 종착지인 변전소가 제 역할을 하기 힘들어진 것입니다. 목표였던 2026년 송전선로 준공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동서울 변전소 증설이 불가능해지면 당초 계획의 절반가량의 전기만 옮기게 됩니다.

전력 수요 급증에도 올해 ‘블랙아웃(대정전)’을 걱정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언제든 투입할 수 있는 예비전력이 전력 수요 피크 시점에도 8.2GW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력망 확충을 차일피일 미루는 일이 계속된다면 다가올 어느 해 여름에는 “정전 피하려면 에어컨 꺼달라”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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