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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르포] 金 한 돈 45만 원 돌파…귀금속거리 4개월 만에 재방문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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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서울 종로3가 일대에 있는 금은방에서 손님이 상담을 하고 있다. (박정호 기자 god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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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어제만 해도 100돈 넘게 거래했고 오늘도 거래가 꽤 있네요. 금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니까 사람들이 ‘지금이 제일 싸다’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하루라도 빨리 거래를 하고 싶어 합니다.”(A 금은방 업주 김 모 씨)

21일 찾은 서울 종로3가 귀금속거리는 4개월 전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높은 금 가격과 지대한 관심이 온전히 반영된 듯, 거리에는 사람이 넘쳤고 금은방에는 금 가격을 상담하는 손님이 가득했다. B 금은방 업주는 “금 가격 상승이 일시적인 게 아니라 올해 내내 유지되고 있어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금 가격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이달 16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국제 금 선물 가격은 온스 당 2500달러를 돌파했다. 귀금속거리에서 이뤄지는 매매가를 집계하는 민간 업체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22일 기준 금 한 돈 가격은 살 때 기준으로 45만7000원이다. 올 초 대비 약 25% 증가한 수치다. 러-우 전쟁 등 지정학적 위험이 계속되고, 경기가 불안해지며 안전자산을 찾는 수요가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대다수 금은방 업주와 민간 금 거래소 관계자는 금은방거리의 활기가 피부로 느껴진다고 반응했다. C 금은방 주인은 “금에 대한 문의가 체감상 1.5~2배 증가했을 뿐 아니라, 매도나 매수를 불문하고 거래량이 늘어나고 있다. 전날에만 130돈을 거래했다”라고 밝혔고, 전국에 지점을 둔 민간 거래소는 “각 지점에서 들어오는 금의 양이 작년 8월보다 2.5배 정도 증가했다”라고 전했다.

투자수단으로 금에 접근하는 사람이 증가했다는 반응도 많았다. 창문에 ‘순금 투자 상담’이라 써 붙인 D 금은방은 “투자 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이 한 달 새 늘어났다”라고 얘기했다. 또 다른 민간 금 거래소는 “금 투자 수단 중 하나로 사용되는 골드바의 매매가 늘었고, 특히 젊은 사람들이 주식을 사듯 월 적립식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라고 언급했다.

반면 예물 등 전통적인 금 수요는 줄었다. 예물로써 순금 수요는 어떻냐는 물음에 E 금은방 업주는 “예물은 안 그래도 디자인, 예산 같은 이유로 순금보다 14K, 18K가 선호되는데, 금 가격이 비싸지면서 순금으로 예물을 하려는 수요는 더 적어졌다”라고 답했다.

한편, 대다수 시민은 금값 등락과 상관없이 당장의 필요로 금은방거리를 찾았다. 이날 금은방거리를 방문한 20대 여성 이 씨는 “원래 있던 한 돈짜리 반지를 팔고 다른 쥬얼리를 맞추고 싶어 금은방거리에 방문했다”라며 “금값이 높아진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이유로 판매를 결정한 건 아니다”라고 얘기했다.

20대 남성 최 씨는 “추석을 앞두고 부모님께 순금으로 선물을 드리려고 금은방거리를 찾았는데, 금 가격과 세공비 등을 고려했을 때 생각보다 비싸서 다시 고민해봐야겠다”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금 가격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투자수단으로써 주목받으리라 전망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 가격이 강한 이유는 달러 약세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데, 가치저장 수단으로써 서로 경쟁하기 때문”이라며 “달러 약세를 자극하는 금리 인하는 미국 경제가 불안할 때 진행되는데, 추후 미국의 금리 인하 기조가 본격화된다는 점에서 경기 방어 특성을 가진 금 가격 강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금 가격이 여러 번 전고점을 경신한 만큼 3~4월처럼 단숨에 10% 이상 급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나 하반기에도 완만한 상승 기조를 유지할 거시적 여건이 마련됐다고 판단한다”라며 “7월 이후 북미권의 금 상장지수펀드(ETF) 매수세도 유입되기 시작했으며, 미국 경기 둔화 우려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매수 주체의 손바꿈을 통해 금 가격의 상승 여력이 확보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투데이/박정호 기자 (godot@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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