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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셀카왕’ 한동훈의 부천 화재 현장 ‘발연기’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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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3일 오후 전날 발생한 화재로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친 경기도 부천시의 한 호텔을 방문해 현장을 살펴보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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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사진에 진심이다. 일단 키가 크게 나오려 노력한다. 사진을 찍을 때 까치발을 한다거나 양옆에 있는 사람들의 어깨에 손을 얹고 발돋움을 하기도 한다. 평소에도 보통 사람보다 두배는 두꺼워 보이는 뒷굽이 달린 구두를 신고 다닌다.



키높이 구두를 신는 건 길어 보이는 하체를 위한 자발적인 노동이라는 점에서 온전히 본인의 선택이자 권리이고, 까치발의 경우 바로 옆 사람이 ‘의문의 1패’로 억울할 수는 있지만, 적어도 직접 피해는 끼치지 않는다. 하지만 남의 어깨에 손을 얹고 점프하는 행위는 자신이 돋보이려고 다른 사람을 찍어 누른다는 점에서 ‘민폐’적 속성이 농후해 보인다.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이던 지난 4월 총선 때 유세 지원을 가서는 좁은 무대 위로 올라오려는 해당 지역구 후보를 억지로 만류해서 내려보내고 홀로 무대를 독점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이 행동 역시 사진에서 돋보이고 싶어 하는 의지와 같은 종류의 정서로 분류할 수 있다. 프로이트는 이런 사람을 나르시시스트라고 불렀다. 자신이 리비도(성충동)의 대상이 되는 자기애적 성격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한 대표가 경기 부천 호텔 화재 현장에서 소방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며 턱을 괴고 있는 사진이 지난 주말 동안 입길에 올랐다. 뭔가 고뇌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은데, 사망 사고가 발생한 재난 현장에서 정치인이 취할 포즈로 적절한가에 관한 논란이 일었다. 적어도 안타까운 참변의 희생자를 애도하고, 비탄에 빠진 유족과 생존자들에게 공감하는 자세는 아니었다. 고뇌는 나중에 여의도로 돌아가서 해도 늦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셔터 소리가 나기 시작하자 한 대표가 곁눈질로 카메라 위치를 확인한 뒤, 재빨리 그러나 약간 어색하게 턱을 괴는 모습이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미지로 국민을 속이려면 연기 학원에라도 다녀야 할 것 같다.



한 대표의 턱 괴는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수해 참사 현장을 내려다보는 사진으로 비판받았던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피해자에 대한 공감 능력이 심각하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다만, 윤 대통령이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나르시시스트라면, 한 대표는 남의 눈을 의식하는 나르시시스트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국민의 삶과 죽음에는 별 관심이 없고,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들이 정부와 여당의 책임자로 나라를 이끌고 있다.



한겨레

이재성 논설위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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