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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트럼프 "방송사 편향" 해리스 "음소거 규칙 빼"…TV토론 룰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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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출정식 성격의 전당대회를 마친 후 다소 열세를 보이는 것으로 평가받는 남부 경합주로 컨벤션 효과를 확대하려는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의 기세를 꺾기 위해 보수가 중시해온 안보 이슈를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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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TV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좌측). 우측은 2019년 7월 31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예비 경선 토론회에서 연설하는 카멀라 해리스 당시 상원의원.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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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10일 두 사람의 첫 TV토론을 앞두고 서로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룰싸움도 본격화됐다. 특히 지난 6월 TV토론이 조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에서 사퇴하게 한 결정타가 되면서 토론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7%포인트 우세”…내친 김에 선벨트 공략



상승세를 탄 해리스의 공략지는 남부 국경 ‘선벨트’에 위치한 조지아다. 조지아는 선거인단 16명이 걸린 대표적 경합주다. 뉴욕타임스(NYT)가 분석한 26일(현지시간) 기준 조지아의 평균 지지율은 50%(트럼프) 대 46%(해리스)로, 주요 경합주 중 트럼프가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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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현지시간)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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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는 28일 부통령 후보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와 함께 조지아에서 버스 투어에 이은 대규모 유세를 예고했다. 전당대회로 최고점을 찍은 기세를 자신의 열세 지역에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현재까지 조지아에서는 트럼프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해리스는 전당대회 이후 첫 승부처로 꼽은 조지아 인구의 30%가 자신에게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흑인이라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실제 전당대회를 거친 해리스의 지지율 상승세는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25일 발표된 페어리디킨슨대학의 전국 여론조사에서 해리스는 50%의 지지율을 확보하며 43%에 그친 트럼프를 7%포인트 앞섰다. 격차는 오차범위(±3.5%)에 걸쳐 있다.



약점 ‘아프간’ 자극…러스트벨트 맞불



트럼프는 이날 이프가니스탄 하미드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미군 13명이 사망한 사건 3주기를 맞아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헌화했다. 앞서 소셜미디어에는 “미국 역사상 가장 부끄러운 순간인 아프간 철군 3주년”이라며 “(바이든 정부의)총체적 무능으로 13명의 미군이 사망하고, 주민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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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2021년 아프가니스탄 철수 과정에서 발생한 테러로 사망한 13명의 미군을 기리는 의미로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알링턴 국립묘지에 헌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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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특히 “아프간 철수 때 수십억 달러의 장비가 (중국 인근 아프간에) 남겨졌고, 이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이스라엘이 공격받았다”며 아프간 철수와 현재 진행 중인 전쟁과의 연관성에 대한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이어 쇠락한 공업도시를 뜻하는 북부 ‘러스트 벨트’ 내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국가방위군협회(NGAUS) 총회 연설에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목표치인 GDP 대비 2% 이상 국방비 지출과 관련해 “2%는 세기의 도둑질(the steal of the century)로, 3%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독일에서 쉐보레를 한 번도 못봤겠지만, 미국엔 벤츠, BMW, 폭스바겐 수백만 대가 있다. 그들은 군사뿐 아니라 무역에서도 우리를 이용하고 있다”며 공업지대 민심을 자극했다.

트럼프는 이날 미시간을 시작으로 29일과 30일엔 각각 위스콘신주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유세를 벌일 예정이다. NYT 기준으로 이들 3곳에선 해리스가 1~2%포인트 앞서고 있다.



트럼프 “내가 편향된 ABC서 토론하나”



트럼프는 동시에 TV토론을 주관하는 ABC의 편향성을 문제 삼으며 불참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글에서 “ABC 가짜뉴스의 우스꽝스럽고 편향된 인터뷰와 트럼프 혐오자로 가득한 패널을 봤다”며 “내가 왜 여기에서 해리스와 토론을 해야 하느냐”고 적었다. 그러면서 “왜 해리스는 (토론을 주최하려는)폭스, NBC, CBS는 물론 CNN까지 거부했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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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제146차 미국 주방위군협회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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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0일 ABC 토론은 바이든 사퇴 전 양측이 6월 27일 CNN토론에 이어 두 번째 토론으로 합의한 일정이다. 트럼프는 당초 ABC 토론 대신 9월 중 폭스와 NBC의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가 해리스가 거부하자 기존 일정을 그대로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해리스는 ABC 토론 이후 10월 중 1차례 추가 토론에만 임한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바이든 때 적용된 ‘음소거’ 이번엔?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에 따르면 해리스 측은 CNN 토론 때 적용됐던 발언 시간 외 음소거 규칙을 ABC토론에선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음소거 규칙은 당초 바이든 측이 상대방의 발언에 끼어드는 트럼프를 막기 위해 요구해 트럼프가 수용했던 규칙이다. 민주당 후보가 해리스로 바뀌었지만, 결과적으로 민주당이 주장해 관철한 규칙을 민주당이 번복하려는 시도란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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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선 후보이자 미국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가 지난 22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DNC) 마지막 날 밤에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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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트럼프 캠프는 폴리티코에 “우리는 CNN과 같은 규칙으로 ABC 토론을 수용했다”며 “해리스측이 CNN 방식에 동의해놓고 이제와서 (원고가 담긴)노트를 갖고 앉아서 토론할 것과 모두 발언을 요구하고 있지만 합의된 규칙은 변경될 수 없다”고 말했다.

당초 트럼프는 지난 6월 토론을 앞두고 바이든 측이 요구한 음소거 규칙에 합의하는데 반대했지만, 결과적으로 CNN 토론에서 적용됐던 음소거 규칙이 트럼프의 절제된 이미지를 만드는 데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합의됐던 규칙은 사전 원고나 참모진의 도움 없이 오로지 펜과 백지, 물병만 놓고 후보 두 명이 90분 내내 서서 진행하는 토론이었다.



공화당 인사들, 트럼프 대신 해리스 지지 선언



이런 가운데 역대 공화당 소속 대통령과 대통령 후보의 참모로 일했던 공화당 유력 인사 238명이 해리스를 지지한다는 공개서한을 작성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6일(현지시간) USA투데이에 따르면 이들은 서한에서 “솔직히 이념적으로 해리스나 월즈에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면서도 “그러나 다른 쪽에 투표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들은 트럼프 재집권시 로드맵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우려를 부른 ‘프로젝트 2025’를 거론하면서 “혼란스러운 트럼프의 리더십은 평범한 국민에 상처를 주고, 국가 근간을 흔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나 그의 판박이인 JD 밴스가 블라디미르 푸틴 같은 독재자들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미국의 동맹에 등을 돌리는 와중에 민주주의도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한에 서명한 인사들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 밋 롬니 상원 의원, 조지 H. 부시 전 대통령을 위해 일했던 이들이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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