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 연합뉴스] |
대통령실이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3.5%) 결정에 대해 존중한다면서도 ‘내수 진작’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이례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건 그만큼 내수 경기 침체가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전국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9% 줄어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이었던 2009년 1분기(-4.5%)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지난달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도 11만2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 급증했다.
서민들의 삶이 어느 때보다 고달픈 상황에 정쟁을 지속하는 여야가 멈추지 않는다면 서민들의 불만이 ‘시한폭탄’처럼 커져 곧 폭발할지도 모른다.
정치권에서도 추석이 3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 좀 움직이는 모습이다. 연휴 기간 동안 현장에서 국민을 만나게 될 의원들이 선물 없이 빈손으로 갈 수 없을 테니 일하는 시늉이라도 내기 시작했다. 28일 본회의를 열어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전세사기특별법 등 민생법안 처리에 속도를 낸다고 하고, 여야 대표가 공식회담도 연다고 한다.
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지난 25일로 예정됐던 회담이 연기되고 ‘생방송 여부’와 ‘의제’를 둘러싼 샅바싸움이 지속되는 걸 보면, ‘과연 무더위에 지치고 생활고에 궁핍해진 서민들의 삶’에 관심이 있기나 한 건지 의심의 눈초리를 쉽사리 거두긴 어렵다.
그래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민생을 여야 정치의 전장으로 만들겠다”고 하고 이 대표가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이 유일한 이데올로기”라고 내세우며 민생 문제 해결에 최우선으로 나서겠다고 하니 일말의 기대를 걸어보고 싶다. 민생 문제에 대해 진정성 있는 해결 의지를 보여주고 국민에게 정치적 효능감을 안겨주고 싶다면 재지 말고 하루빨리 만나야 할 것 같다. 불경기에 장사가 안 되고 무더위로 지친 서민들의 불만과 짜증은 정말 폭발 직전이다. 한 번 만남으로 대단한 방안이 나오긴 어렵겠지만 서민의 답답함을 풀어줄 해결책 마련을 위한 물꼬라도 속히 터주길 기대해본다.
서동철 정치부 차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