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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마크롱 "자유는 법 안에서 지켜져"…'표현 자유 잘못 해석' 텔레그램에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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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소셜미디어(SNS) 텔레그램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파벨 두로프 체포를 공식 확인하고 프랑스는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지만 이는 "시민과 기본권 보호를 위한 법적 틀 안에서 지켜진다"고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26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검찰은 성명을 통해 두로프의 체포 및 구금 사실을 확인하고 두로프 조사가 아동 음란물 배포·마약 판매·사기를 허용하는 온라인 플랫폼 운영, 당국에 정보 제공 거부, 자금 세탁, 범죄자들에게 암호화 서비스 제공 등 혐의와 관련된 수사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사이버범죄팀의 해당 수사가 지난달 8일 익명의 인물에 대한 조사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두로프는 기소되지 않은 채 구금돼 있으며 검찰은 구금이 28일까지 연장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성명에 열거된 혐의가 두로프에 적용될지는 불분명하다.

두로프는 앞서 24일 전용기로 파리 외곽 부르제 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체포돼 구금됐다. 러시아 출신인 두로프는 프랑스 시민권 또한 갖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26일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프랑스 땅에서 텔레그램 대표가 체포된 것은 진행 중인 사법 조사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정치적 결정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의 표현과 소통의 자유, 혁신, 기업가 정신에 깊이 헌신"하고 있지만 "법치 국가에서 자유는 소셜미디어와 현실 생활 모두에서 법적 틀 안에서 지켜진다. 이는 시민 보호와 기본권 존중을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파벨 두로프 체포 뒤 나온 프랑스에 대한 허위 정보"를 경계하며 "이 문제에 대한 결정은 판사에 달려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25일 텔레그램을 통해 두로프가 러시아에 불만을 품고 떠나 그저 "세계인"이 되고자 한 건 "오산이었다"며 "우리 모든 공통의 적들에게 그(두로프)는 러시아인"이라며 프랑스에서의 체포가 정치적임을 시사한 바 있다. 두로프는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서비스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정보 제공 압력에 저항하다 2014년 러시아를 떠났다.

<AP> 통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두로프는 2006년 창업한 러시아 소셜미디어 서비스 프콘탁테(VKontakte)의 친민주주의 활동가 정보, 우크라이나 사용자 정보 등을 러시아 보안 기관과 공유하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이를 거부하고 해당 서비스를 매각 및 나라를 떠나는 것을 택했다.

텔레그램은 이 과정에서 정부 감시를 피하기 위한 보안 메신저로 개발됐고 2013년 대중에 공개됐다. 텔레그램 또한 정부에 특정 사용자 정보 제공을 거부하며 러시아에서 2018년부터 2년간 금지됐다. 텔레그램 본사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있다.

텔레그램은 이후에도 메시지 보안, 정부 및 수사 기관 비협조를 고수하며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일부 국가에선 유용한 소통 도구로 기능한다는 평가를 받지만 나머지 국가에선 유해 콘텐츠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관련 수사에도 협조하지 않아 범죄의 온상이 됐다는 비판을 받는다.

최근 한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지인 여성 대상 불법합성물(딥페이크) 제작 및 유포 성폭력도 주로 다수의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2019년 드러난 미성년자 포함 여성 대상 성착취 영상 제작 및 유포 사건(N번방 사건) 또한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이 통로가 됐는데 당시 텔레그램은 수사 협조를 거부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그릇된 해석이 이러한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표현의 자유는 따로 증진하려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기득권에 목소리가 묻혀 버리는 여성, 흑인 등 소수 인종과 민족, 성소수자 등 다양한 소수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이지만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기득권이 이 개념의 맥락을 무시한 채 잘못된 방식으로 전유해 활용하며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소수자 혐오 발언과 극우 허위 정보 유포를 '자유'라고 주장하며 소수자의 목소리를 이 공간에서 몰아내, 본래 표현의 자유 개념이 추구하는 표현 주체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표현의 총량을 고루 늘리는 목표 달성을 막는 것이다.

최근 영국 폭동에서 극우 주장을 반영하는 선동적 게시글을 올리고 "내전이 불가피하다"고 밝혀 영국 정부의 반발을 사기도 한 머스크는 X를 통해 두로프 체포에 반발했다.

연구자들이 텔레그램이 전세계의 범죄를 지원하는 통로가 되고 허위 정보가 널리 유포되기 전 먼저 자리 잡는 곳이라고 보고 있는 가운데 <뉴욕타임스>는 다른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메타 설립자 마크 저커버그의 경우 아동 성착취 콘텐츠 관련 미 의회 청문회에 불려 나왔지만 두로프는 이를 피했다고 지적했다.

혐오 표현, 허위 정보 등 유해 콘텐츠 감시를 위해선 인력이 필요하지만 텔레그램은 비교적 소수의 인력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파이낸셜타임스>는 2017년 두로프 인터뷰를 인용해 텔레그램 정규직 직원이 기술자 30명을 포함해 50명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신문은 두로프가 7명에 불과한 시스템 관리자가 전세계 8만 개 이상의 서버를 관리하는데 통상 수백 명이 필요한 이 작업을 소수 인원이 해내기 위해 "극도의 자동화"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램은 최근 월간 사용자가 9억5000만 명이라고 밝혔는데 월간 사용자가 거의 절반인 X 직원수는 1500명으로 추정된다. X 직원 수는 2022년 머스크 인수 뒤 직원을 대량 해고하기 전엔 7500명이었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혐오 표현과 허위 정보 유포, 아동 성착취 등이 가상 공간을 넘어서 현실 사회에 영향을 미치며 각국은 규제를 서두르고 있다. 이달 초 극우 선동가들이 가세해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퍼진 허위 정보로 인한 폭동에 시달린 영국에선 키어 스타머 총리가 온라인에서 조장되는 무질서 또한 범죄라며 소셜미디어 회사들에 "균형"을 잡을 것을 촉구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주엔 온라인상 여성혐오까지 포함해 극단주의 대응 전략을 재검토 방침을 밝혔다. 영국은 지난해 소셜미디어 기업이 아동에 대한 성적 착취, 성폭력, 테러 등과 관련된 유해 콘텐츠를 막도록 하는 온라인안전법을 도입하기도 했다.

유럽연합(EU)도 지난해 유포된 유해 콘텐츠에 대한 책임을 해당 콘텐츠가 게재된 플랫폼 등 기술 기업에 지우는 디지털서비스법(DSA)을 도입했다. 두로프 체포 뒤 텔레그램 쪽은 자사가 디지털서비스법을 지키고 있다고 해명하면서도 "플랫폼이나 그 소유자가 해당 플랫폼 남용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며 반발했다.

지난 6월 미국 공중보건 책임자인 비벡 머시 의무총감은 소셜미디어상 허위 정보, 혐오 표현, 성적 착취 등이 미성년자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소셜미디어에 담배와 같은 경고 문구를 표시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저널리즘·미디어학 교수인 새뮤얼 울리가 "차단벽 없는 표현의 자유는 결함이 있는 생각"이라며 "텔레그램과 다른 플랫폼들은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중요한 도구지만 통제와 강압을 위한 엄청난 도구인 것도 사실"이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프레시안

▲소셜미디어(SNS) 텔레그램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파벨 두로프가 201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연설 중이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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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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