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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맥매스터 “트럼프, 시진핑에게 ‘韓-美 연합훈련 도발이고 돈 낭비’라고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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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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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집권 당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도발적이고 돈 낭비”라고 말했다고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2017년 2월∼2018년 4월)이 밝혔다.

27일 출간된 맥매스터의 회고록 ‘우리 자신과의 전쟁: 트럼프 백악관에서의 나의 임무 수행’에 따르면 취임 첫해인 2017년 11월 중국을 방문한 트럼프 후보는 시 주석과 가진 양자회담에서 이같이 말했다. 맥매스터는 “트럼프가 (중국의 비핵화 구상인) 쌍중단(雙中斷·북한 도발과 연합훈련 동시 중단)을 권유하는 시 주석에게 동의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당시 맥매스터는 동석한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시진핑이 우리를 이겼다. 트럼프가 함정에 빠졌다”고 적은 쪽지를 건넸다.

실제로 트럼프 후보는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뒤 연합 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밝혔고, 그해 8월 훈련이 취소됐다.

다만 트럼프 후보는 2017년 7월 미중 정상회담 땐 시 주석이 대북제재 강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자 “한국과 일본이 핵무기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리면 어떻게 될 것 같냐”며 반박하기도 했다. 그해 3월에는 맥매스터가 고안한 ‘최대 압박’ 전략에 대해 보고를 받고는 “북한을 완전히 고립시키고 시진핑이 김정은을 돕는다면 대가를 치르게 하라”고 지시했다.

맥매스터는 트럼프 후보가 취임 초 ‘한국’이란 단어만 들어도 화를 냈다고 전했다. 2017년 4월 자신과 대화하다 한국 이야기가 나오자 “아주 부자인 나라가 안보는 미국에 무임승차하고 있고, 한미 FTA는 역대 최악의 무역 협정”이라고 했다. 그해 6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첫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후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한국에 25만 개의 미국 일자리를 제공한 ‘호러쇼(horror show·공포쇼)’”라고 했다.

2017년 11월 한국 방문 땐 헬리콥터를 타고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청와대로 이동하던 중 빈센트 브룩스 당시 한미연합사령관에게 “한국이 방위비를 왜 100% 부담하지 않느냐”며 “미국이 비용은 물론 이익까지 받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후보가 11월 대선에서 이기면 방위비 분담금을 100% 이상 한국이 부담하도록 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트럼프 후보는 이어 삼성 반도체 공장을 가리키며 “왜 미국에는 이런 것이 없냐”고 화를 냈다. 맥매스터는 “그날 거리 80km 비행을 하며 한미 동맹이 일방적이고 한국의 경제적 성공이 미국을 위협한다는 트럼프의 믿음이 부활했다”고 회고했다.

2017년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어를 위해 핵이 필요하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회고록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문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등 핵무기 보유국 독재자들과 비교했다. 맥매스터는 “김정은에 대한 의견 차가 한미 간 긴장과 불일치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관계에 대해 맥매스터는 “푸틴은 트럼프를 꽉 쥐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맥매스터는 “트럼프는 자신이 푸틴과 개인적 관계를 형성한 ‘협상 전문가’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러시아 정보기관 KGB 출신인 냉혹한 푸틴이 트럼프의 에고(ego)와 취약성을 파고들어 아부하는 척 연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트럼프가 임기 초반부터 러시아와 푸틴에 대한 모든 것을 2016년 러시아의 선거 개입 문제와 연관 짓는 탓에 제대로 논의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며 “일단 반대하고 보는 성격상 대러시아 강경론을 주장하는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제언 또한 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맥매스터는 회고록 발간을 앞두고 CBS 방송 인터뷰에서 “푸틴이 어떻게 트럼프를 조종하려 들었는지 알리려고 고심했다”며 “트럼프가 11월 대선에서 승리해 차기 대통령이 되더라도 과거와 같은 전술에 덜 취약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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