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8 (수)

北, 美대선 53일 앞 핵시설 노출… “말 대신 물건 보여준 것”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北 우라늄 농축시설 첫 공개]

美와 빅딜 염두 몸값 띄우려는 듯

“트럼프측에 힘 실어주기” 분석도

동아일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김정은 당 총비서가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기지를 현지 지도하며 핵탄 생산 및 현행 핵물질 생산 실태를 료해(점검)하고 무기급 핵물질 생산을 늘리기 위한 전망계획에 대한 중요 과업을 제시했다”라고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고농축우라늄(HEU) 시설의 해체가 필요했지만 북한은 우라늄까지 (협상장에서 제시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2019년 2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이 전격 결렬된 이유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폐기만 협상카드로 내놨을 뿐 다른 지역에 은닉한 것으로 파악돼 온 우라늄 농축 시설 폐기는 거부했다는 것.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목한 다른 핵시설은 강선 단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5년 반이 지난 2024년 9월 13일, 북한은 HEU 제조 시설을 보란 듯 전격 공개했다. 11월 미 대선을 불과 53일 앞둔 시점으로, 공교롭게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공화당 후보로 박빙의 대선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 만큼 북한의 이번 시설 공개는 의도적으로 미국 대선을 눈앞에 두고 자신들의 핵무기 생산 능력이 고도화됐음을 노출해 주목도를 높이려는 목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도 “최근 미국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도 미국 국내 문제만 화두가 됐을 뿐 북한 핵 문제 등은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김정은이 ‘최후의 카드’인 7차 핵실험 대신 핵 능력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핵시설 공개) 카드부터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정부 안팎에선 향후 대미 협상을 염두에 두고 몸값부터 높이려는 북한의 포석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정부 소식통은 “하노이 ‘노딜’의 깊은 상처를 가진 김정은으로선 최대한 핵무기가 많은 것처럼 미국에 어필해야 향후 협상판이 벌어졌을 때 ‘빅딜’에 도움을 줄 카드가 많을 거라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 원장도 “말로 해선 거래가 안 되니까 (북한이) 물건을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이번 핵시설 공개가 조 바이든 행정부의 북핵 대응 실패를 부각해 상대적으로 협상 등 변수가 더 크게 열려 있는 트럼프 후보 쪽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후보에겐 (북한 핵시설 공개가)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했음을 보여 주는 좋은 공격 소재로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결국 미 대선을 전후해 7차 핵실험까지 나설 거란 관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앞서 “기하급수적 핵 능력 강화”를 강조한 만큼 이번 핵시설 공개는 핵실험에 앞선 사전 예비 도발 성격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