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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감세는 눈감고, 문 정부 탓하며…2년 연속 ‘짠물 예산’ 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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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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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역대급 ‘짠물 예산’을 편성했다. 내수 부진 등 민생 경기 회복 속도를 정부가 더디게 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짠물 예산 편성 이유로 문재인 정부 때 늘어난 국가채무를 지목했다.



정부는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2025년도 예산안을 확정 의결했다. 내년 총지출은 677조4천억원으로 올해에 견줘 3.2%(20조8천억원) 늘려 잡았다. 총수입은 올해 대비 6.5%(39조6천억원) 늘어난 651조8천억원이다. 정부는 이날 확정한 예산안을 다음달 2일 국회에 제출한다.



정부 예산안은 총지출 증가율이 내년 경상성장률(4.5%·정부 전망)을 밑도는 터라 긴축 예산으로 평가된다. 예산이 경기를 끌어올리기보다는 식히는 쪽으로 짜였다는 뜻이다. 부동산 시장 불안과 가계부채 급증 탓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에 머뭇거리는 상황에서 정부가 경기 부진에 대응할 재정정책 카드를 스스로 내던지는 모양새다.



특히 정부 의지에 따라 편성되는 ‘재량지출’ 증가율은 0.8%(2조6천억원)에 그친다. 인구구조 변화 등에 따라 자연적으로 증가하는 각종 복지예산 등 ‘의무지출’을 제외하면, 사실상 동결에 가까운 수준으로 예산을 짰다는 뜻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지난 정부(문재인 정부)가 5년간 국가채무를 400조원 이상 늘리면서 정부가 일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서 비효율적인 부분은 과감히 줄였다”고 말했다. 짠물 예산 편성 이유가 문재인 정부 때 늘려놓은 국가채무 탓이라는 뜻이다.



내년 국세수입은 올해 세입 예산보다 4.1% 증가한 382조4천억원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반도체 업황 개선 등으로 기업 실적이 개선되지만, 윤석열 정부의 잇단 감세 조처로 세입 기반이 약화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만 해도 정부는 내년 국세수입이 401조3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 바 있다.



정부는 짠물 예산 편성 영향으로 내년도 재정적자(관리재정수지 기준) 규모가 올해보다 약 14조원 줄어든 77조7천억원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2.9%로 정부가 자체 기준(재정준칙·3% 이내)을 맞출 수 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류덕현 중앙대 교수(경제학)는 “긴축 예산이 편성된 근본 배경엔 감세가 있다”며 “정부가 세입 기반을 허물면서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것은 커다란 모순”이라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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