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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지금은 과학] 의료소외 지역에서도 자궁경부암 바이러스, 쉽게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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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공동연구팀, 현장진단 시스템 내놓아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한‧미 공동연구팀이 자궁경부암의 원인 바이러스를 손쉽게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들고 다닐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의료 소외지역에서도 손쉽게 관련 질병을 진단하고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눈길을 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김장성) 바이오나노연구센터 이창열 박사팀은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이학호 교수팀과 함께 인체유두종 바이러스(HPV, Human Papilloma Virus)를 신속하게 검출할 수 있는 현장진단 시스템을 선보였다.

HPV는 피부에 접촉해 감염되면 사마귀를 발생시키는 원인균으로 알려져 있다. 생식기 점막에 감염되면 자궁 상피세포로 침입해 여러 단계의 종양을 거쳐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 백신을 맞거나 바이러스를 조기에 검출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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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이 내놓은 HPV 현장진단 시스템(CreDiT). [사진=생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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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경부암 진단에는 일반적으로 세포검사, 아세트산 시각검사, PCR 검사 등이 활용된다. 이 같은 진단법은 전문 의료시설이 필요하거나 오랜 시간이 걸려 의료환경이 열악한 중·저소득 국가, 지역에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최근 검사에 필요한 설비와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마저도 시스템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어 검사 보편화에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유전자가위 기반의 핵산 검출 기술과 디지털 신호 처리 기술을 융합해 고감도로 표적 바이러스를 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를 휴대할 수 있도록 해 현장에서 신속하게 HPV를 진단할 수 있는 플랫폼을 내놓았다.

연구팀은 한 번에 최대 12개의 시료를 35분 이내에 분석할 수 있도록 했고 진단 시약도 고형화해 현장 운송과 보관을 쉽게 할 수 있다.

이번에 개발된 진단 플랫폼은 임상 시료 169개를 모두 정확히 분석해 높은 임상 적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앞으로 열악한 의료환경에 처한 국가, 지역의 의료 소외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이창열 박사는 “HPV 진단의 보편화를 촉진해 그동안 원인도 모른 채 자궁경부암의 위협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던 의료 소외계층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게 되길 바란다”며 “이번에 개발한 시스템을 실제 의료환경이 열악한 우간다와 가나에서 현지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버드 의과대학 이학호 교수는 “앞으로 진단 프로브를 다양화해 자궁경부암 이외의 다른 암 바이오마커, 신종감염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핵심 진단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논문명 : Empowering the on-site detection of nucleic acids by integrating CRISPR and digital signal processing)는 지난 7월 25일 국제 과학저널 ‘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 판에 실렸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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