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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텔레그램을 지켜라"…코인업계가 CEO 석방 운동 펴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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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창업자 파벨 두로프가 체포되자 가상자산(코인) 업계가 적극적으로 구명 활동에 나섰다. 텔레그램의 강점인 익명성 보장 네트워크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코인 업계가 '수호자'를 자처한다는 평가다.

머니투데이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CEO /사진=이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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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코인 업계 창업자들이 SNS로 프랑스 당국에 두로프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 시총 1위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를 운영하는 파올로 아르도이노 CEO는 "텔레그램을 통해 언론의 자유를 보장했던 두로프가 체포된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는 메시지와 함께 두로프를 석방하라는 의미의 해시태그 '#FreeDurov'를 적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2030년 유럽에서는 어떠한 밈에 '좋아요'를 눌렀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다른 여러 코인 투자자들은 "이번 체포가 언론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라면서 "막지 않는다면 암흑기가 도래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NYT는 "코인 업계 사람들 사이에서 '텔레그램이 없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며 "코인 업계에서 가장 많이 쓰는 메시지 플랫폼이 바로 텔레그램"이라고 전했다. 코인의 발행과 배포가 텔레그램과 직접 연동된 코인만 해도 세계 유통량 상위 15위 안에 드는 '톤(ton)'을 여러 종류가 있다.

앞선 24일 프랑스 정부는 두로프가 텔레그램 내 성범죄, 사이버폭력, 마약 밀매 등 각종 범죄행위를 방치하고 이를 막을 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성명으로 "두로프에 대한 체포 결정은 정치적 조치가 아닌 독립적인 수사의 일환이라며 "프랑스는 언론의 자유를 위해 깊게 헌신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텔레그램 CEO가 태어난 러시아에서는 이번 체포 배경에 미국이 있는 것으로 의심하는 시각이 있지만, 코인 업계는 실존적인 차원에서 생태계 타격을 걱정한다. NYT는 "코인업계는 텔레그램으로 수백, 수천 명의 회원을 하나의 채팅방으로 모으는 소통 채널로 활용했다"며 "텔레그램 채널로 이벤트, 에어드랍, 공지사항 등을 전달하고, 고객 불만 사항을 접수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2022년 코인 전문 헤지펀드인 '스리애로즈'가 파산했을 때 회사 관계자들은 텔레그램으로 투자자와 소통하고, 대출 회수 재무적 합의 과정을 공개하기도 했다. 채권자들이 스리애로즈의 잠재적 인수자들과 대화를 이어 나간 데에도 텔레그램을 통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텔레그램이 직접 코인을 개발한 적도 있다. 2018년 당시 텔레그램은 '그램스(Grams)'라는 코인을 만들고 홍보했는데,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불법 마케팅 혐의로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텔레그램은 합의금으로 1850만달러 벌금을 지급하고 채널 마케팅을 접은 일이 있다. NYT는 "그런데도 현재 그램스 코인의 변형 코인들이 대거 유통되고 있다"면서 "톤 코인은 전체 유통규모가 130억 달러(약 17조2926억 원)에 달하는데, 텔레그램과 연동할 뿐만 아니라 결제시장까지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두로프가 체포된 후 톤 코인 가치가 20% 넘게 폭락한 것도 시장에서는 둘의 연관성을 깊게 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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