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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사고로 식물인간 된 아내…남편은 4000만원 받고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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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일러스트=김회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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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발생한 자전거 사고로 아내가 의식 불명 상태에 빠져있는 사이 남편이 가해 운전자에게 4000만원을 받고 합의해 법원에 형사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사연이 공개됐다. 해당 가족은 성년후견인이 가족 동의 없이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며 이를 취소할 수 있는지 조언을 구했다.

28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할머니가 길을 걷다가 자전거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며 "빠르게 돌진하는 자전거에 무방비 상태로 부딪힌 할머니는 심각한 뇌 손상을 입었고, 의사 표현이 불가능한 식물인간 상태로 현재까지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손주 A씨의 사연이 전파를 탔다.

A씨는 "가정법원에서 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된 할아버지가 운전자 측으로부터 합의금 4000만원을 받았고, 재판부에 '피해자는 4000만원을 받고 피고인의 형사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서면을 제출했다"며 "하지만 저와 다른 가족들은 할아버지의 이같은 결정에 불만이 많고, 저희는 할머니를 식물인간으로 만든 자전거 운전자가 처벌되기를 바라고 있는데,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에 대해 송미정 법무법인 신세계로 변호사는 "성년후견은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제도"라며 "이러한 상태의 사람에 대해서는, 이러한 사람의 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된 자가 본인을 위해서 포괄적으로 대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법원에서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정한 법률행위를 제외한 행위를 성년후견인은 특별한 제약 없이 대리할 수 있고, 이런 성년후견인의 법률행위는 모두 유효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사연의 경우처럼 교통사고는 원칙적으로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해야만 처벌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송 변호사는 "자전거 운전자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으로 처벌받게 된다"며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서는 차의 교통으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상죄에 대해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해야만 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서는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라고 정하고 있다"며 "이 문구의 의미는 처벌 여부가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달려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이 문구를 가해자에 대한 처벌 의사를 제3자가 피해자를 대신해서 형성하거나 가해자의 처벌 여부를 제3자가 결정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법의 문언에 반하는 해석이라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성년후견인은 가해자에 대한 처벌 의사를 의사무능력자인 피해자를 대신해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는 피해자의 진실한 의사여야 하는데, 피해자가 의사무능력 상태라면 피해자의 진실한 의사를 정확히 알 방법이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성년후견인이 피해자를 대리해서 처벌불원의사를 표시하는 것을 피해자의 진실한 의사에 부합한다고 확실히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송 변호사는 "그렇기 때문에 반의사불벌죄에서 성년후견인은 명문의 규정이 없는 한 의사무능력자인 피해자를 대리해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결정할 수 없다"며 "그리고 만약 성년후견인의 법정대리권 범위에 통상적인 소송행위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나 성년후견개시심판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성년후견인이 소송행위를 하면서 가정법원의 허가를 얻었더라도, 의사무능력자인 피해자 본인을 대리해서 성년후견인이 처벌불원의사를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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