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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시위와 파업

이러면 의사가 파업, 저러면 간호사 파업… 환자들만 '발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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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수술 취소됐는데 또 반복될까"
응급실 이송 3건 중 1건 거절당해
간호법 통과… "처우 개선 미지수"
한국일보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에 있는 서울 동남권역응급의료센터. 경증 비응급 환자는 다른 응급실을 이용해주시길 바란다는 안내판이 서 있다. 허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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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보건의료노조 주요 사업장 협상이 타결됐다.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사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데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이 통과되며 긍정적인 흐름이 만들어지는 분위기다. 그러자 이번엔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는 의사단체가 총파업 가능성을 내비쳤다. 대한의사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특정 직역 이익만을 위한 법안을 고수한다면 모든 직역의 의사들이 나설 것이고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사와 간호사 사이에 낀 환자들만 '응급실 셧다운'이 현실화될까 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28일 서울 서남권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서 만난 환자들은 불안감을 쏟아냈다. 전날 이 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다음 달부터 매주 48시간 응급실 문을 닫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나타나서다. 한모(53)씨는 "남편이 이곳에서 암 수술을 했다"며 "원래 서울대병원에 잡혔던 수술이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취소됐는데 같은 일이 반복될까 무섭다"고 토로했다. 함정혜(76)씨 역시 "설마 또 파업을 하는 거냐"며 "노인들은 넘어지면 바로 응급실로 가야 하는데 문을 닫게 되면 어떡하냐"고 한숨을 쉬었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도 여전하다. 목동119안전센터 응급구조사는 "평균 3건 중 1건은 거절당하고 있다"며 "오늘도 선생님이 없다고 해서 (이대목동병원으로) 못 온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대목동병원은 의사 8명이 24시간 한 달간 돌아가며 당직을 서는데 이 병원 응급의학과 남궁인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며칠 전부터 밤 근무 결원이 생겼다. 그나마 막아내고 있던 인력이 이탈해서 밤중에 12시간 동안 권역 센터가 문을 닫는다"고 전했다.

한양대병원 역시 권역응급의료센터에 과부하가 걸렸다. 센터 앞에는 '의료진 인력부족으로 응급환자 위주 의료체제로 운영된다'며 인근 다른 병원의 주소와 함께 '경증 비응급 환자는 다른 응급실을 이용해주시길 바란다'는 안내판이 있었다. 병원 관계자는 "상급병원은 전공의 비율이 30~50% 이상인데 그 인원이 없는 상황에서 반년을 버티고 있다"고 털어놨다.
한국일보

28일 서울 강동구 강동경희대학교병원에 걸려 있는 현수막. 이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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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의료진의 피로도도 임계치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이대목동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다 빠진 상태로 6개월이 지났다"며 "의료진과 간호사들이 버티고 있는데 한계가 오고 있고, 병원 측에서도 돈을 주고 일반의를 뽑으려고 하지만 다들 힘들어서 안 온다"고 설명했다. 한양대병원 노조원은 "응급실 등 부서는 의료진이 나간 공백을 메우느라 바쁘고, 한편으로는 환자가 적어 직원들이 실제 임금 삭감, 무급휴가, 강제 연차를 보내며 감내한 경우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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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한양대병원 노조게시판에 총파업을 예고하는 게시글이 걸려 있다. 허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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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현장 우려가 싹 가신 것은 아닌 듯했다. 강동경희대병원에서 만난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간호법이 통과돼도 인력이 주어지지는 않는다"며 "법제화도 중요하지만 병원이 체계화되고 문제점이 해결돼야 환자들이 병원에 온다"고 주장했다. 간호사 이모(42)씨는 "거부권을 쓰더니 보건의료노조가 파업한다니까 갑자기 돌변한 거 아니냐. 혼란스럽고 현장 처우가 개선될지도 겪어 봐야 알 것 같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 병원 곳곳엔 '직원 희생을 강요하지 말라' '올바른 의료개혁, 조속한 진료정상화'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서현정 기자 hyu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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