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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불법합성 가해자 법정 세웠지만....“내가 알던 세상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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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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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동문을 비롯해 수십명의 여성 피해자 사진으로 불법합성 성범죄물을 만들어 유포한 이른바 ‘서울대 불법합성물 성범죄 사건’ 공범이 28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대 출신 등이 저지른 불법합성물 성범죄 관련자 중 첫 선고로, 이는 피해자들이 2021년 7월부터 경찰서 4곳을 찾아다니며 끈질기게 수사 요청을 한 끝에 가해자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운 결과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김유랑 판사는 이날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허위영상물 반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아무개(28)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박씨는 또 다른 가해자들과 함께 불법합성 성범죄물을 유포했으며, 2020년부터 4년에 걸쳐 여성 피해자들의 얼굴 사진을 도용해 성적으로 모욕하는 불법합성물 419건을 만들고 1735건을 유포했다.



박씨가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피해자들은 여전히 “지금까지 알던 세상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고 호소한다. 불법합성물 성범죄 피해자 대부분은 자신의 얼굴이 반인륜적 장면과 합성된 이미지·영상을 직접 마주하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 성범죄물을 유포하는 텔레그램 대화방 속 가해자들은 피해자를 향해 성적인 모욕을 내뱉으며 신상 정보나 사생활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다. 이렇게 퍼진 신상 정보를 활용해 성착취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접근하거나 피해 사실을 알리며 괴롭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불법합성물 성범죄의 심각성은 과소평가돼 있다. 이같은 성범죄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는 ‘이런 범죄가 왜 큰 상처가 되는지 모르겠다’, ‘몇몇이 자기들끼리 만들어 돌려본 거면 피해가 미미한 거 아닌가’ 같은 반응도 있었다.



김수아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는 “디지털성범죄 규율 체계가 (전통적인 정조 관념에 뿌리를 둔) 성적 수치심을 피해자가 느꼈는지를 중심으로 하고 있는데 합성 이미지는 실제 몸이 아니지 않으냐는 식으로 불법합성 성범죄를 불법촬영보다 수위가 낮은 범죄로 인식하는 것 같다”며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는 남성 중심적 사회에서 성적 이미지가 허위이거나 아니거나 상관없이 그런 (이미지와) 소문이 있는 것만으로도 피해자는 고통을 경험한다”고 말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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