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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광주엔 '이것'이 없다…강기정 시장이 밝힌 관광 상품화 실패의 원인[노잼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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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잼, 도시의 재미를 찾아서]

<4> 꿀잼을 위해 市는 달린다

②강기정 광주광역시장 인터뷰

"광주, 재밌지만 관광 상품화되지 않아"

"도시 재미 살리고 기회 만들겠다"

편집자주재미없는 도시, 이른바 '노잼도시'를 아시나요? 놀거리·볼거리·즐길거리가 부족해 현지인은 심심하고 타지역에서는 방문하지 않는 도시를 말합니다. 2019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여러 도시를 두고 노잼도시라는 호칭을 붙였는데요. 재미로 시작된 일종의 '밈'이 대전, 울산, 광주, 청주 등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꿀잼도시 만들기 프로젝트'로 이어질 정도입니다. '노잼' 오명을 쓴 도시는 정말 재미없고 따분한 곳일까요? 도시를 재미있게 만드는 건 무엇일까요? 우리가 살아가는 장소와 공간에 대해 고민을 해보고자 합니다.
"광주의 진짜 재미는 상품화가 못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광주가 재미없다는 사람들한테 말합니다. '제발 거기 가서 놀다 오쇼' 라고요."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광주에 붙은 '노잼도시' 오명에 대한 속내를 털어놨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성지인 광주는 최근 도시의 활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젊은층의 이탈로 광주 인구가 내년 말 140만명대 밑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강 시장은 광주에 재미요소를 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광주를 생기가 넘치고 일자리를 비롯한 '기회가 많은 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복합쇼핑몰 유치, 영산강 프로젝트 등은 '꿀잼 광주'를 위한 청사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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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광주시청 집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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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시장은 광주가 노잼도시라고 불리는 상황을 얘기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그는 "노잼도시 수식어는 '갈 곳이 없다' '와도 볼 것이 없다' 라는 이유에서 붙여졌지만, 재미없다고 말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광주에 한 번도 와보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양림동, 동명동 등에 한 번도 안간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간 사람은 없다"고 했다. 광주는 '꿀잼' 요소를 갖추고 있으니, 광주 방문의 유인만 만들면 '노잼도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다음은 강 시장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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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종합버스터미널 겸 복합문과공간 유스퀘어. 사진=허영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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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잼도시 광주'를 주요 공약으로 삼은 이유는?
▲광주는 역사적 혁명을 이뤄냈다는 자부심이 있는 도시다. 민주주의의 상징이고, 대한민국의 역사를 이끌었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의 일상, 삶에 대해서는 생각을 못 했다. 또 광주의 이야기들을 상품화하지 못해 '노잼도시' 낙인이 찍혔다. 광주에 놀러와도 사갈 것이 없는 게 현실이다. 광주의 '무엇'을 상품으로 만들 것인지 고민 중이다. 브랜딩하고 상품화해서 판매하는 게 시장의 역할인데, 우리(광주)의 것을 발굴해서 상품화하는 것이 중요하고 생각한다.

-'재미없다'는 광주, 무엇이 문제인가.
▲광주에는 해결되지 못한 도시연결 문제가 있다. 광주는 차가 있으면 편하지만, 없으면 지옥이다. 부산에서 오려고 해도 기차로 5시간30분이 걸린다. '꿀잼'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방문이 쉬워야 한다. 그래서 2030년 완공 목표로 광주-대전을 잇는 달빛철도를 준비 중이다. 또 광주-부산을 2시간대로 이동할 수 있는 경전선, 광주~나주 광역 철도도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광주지하철 2호선은 2026년 말 완성된다. 하늘길도 열고 싶다. 내년 광주에서 세계양궁선수권대회를 하는데 인천공항에서 바로 올 수 있는 차편이 없다. 얼마나 불편하겠나. KTX로 광주와 무안공항을 연결하려고 추진중이다.

광주는 다른 도시와 비교할 때 아직 없는 것이 많다. 특히 청년들이 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부족하다. 넒은 의미에서 청년층에게 기회가 없다는 것이고, 기회가 없는 도시는 죽은 도시다. 이는 많은 지방에 사는 청년들이 문화적 소외감, 박탈감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같은 월급이면 촌 동네 광주에서 안 살고 서울에서 살겠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젊은층이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재미를 찾고 싶다. ‘내 일이 빛나는 기회도시’를 미래 비전으로 삼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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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광주시청 집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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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잼도시 광주, 어디까지 왔나.
▲광주의 재미 요소들을 디자인하는 단계다. 그 중 하나로 광주의 축제를 사계절 축제로 특화하고 있다. 광주는 충장축제, 서창억새축제, 비어페스타 등 축제가 많은데, 대표 축제를 정하고 계절마다 광주를 찾아야 하는 이유를 만들고 있다. 축제와 학술 콘퍼런스를 어떻게 연결할지도 고민 중이다.

광주 하면 기아 아닌가. 광주 야구장이 2만석인데 항상 매진이다. 외지인들이 야구 시즌에 2박3일로 오는데, 스포츠 마케팅도 준비 중이다. 이는 복합쇼핑몰과 연계 돼야한다. 복합쇼핑몰은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니라 관광, 놀이의 거점이다. 복합쇼핑몰이 만들어지면 도시이용인구가 800만명에서 3000만명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관광객을 늘리려면 광주의 키워드가 중요하다.
▲광주는 대표 상품, 딱 손에 잡히는 관광 키워드가 없다. 사실 광주에도 대전 성심당보다 맛있는 궁전제과가 있다. 하지만 이들 빵집은 관광 상품화되지 못했다. 무엇을 광주의 키워드로 발굴해야 하는지에 대해 시(市)도 고민하고 있다. 최근 야구를 보러온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먹고 어떻게 노는지를 추적해서 빅데이터를 만들고 활용할 계획이다.

-꿈꾸는 꿀잼도시 광주의 모습은?
▲그냥 노는 것에서 훨씬 나아간 것이다. 일하고, 배우고, 누리고, 즐길 수 있는 광주를 만들고 싶다. 광주는 제조업이 약하고 자영업 비율이 높다. 자영업 비율이 높은 도시이기 때문에 창업 성공률 높은 도시 광주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재미 요소라고 생각한다. 광주시민 누구나 창업하고 즐기고 누릴 수 있는 동네, 이러한 '꿀잼광주'가 필요하다.

대담=박선미 기획취재부장
정리=윤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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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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