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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마이너스통장 한도도 줄었다… 실수요자 대출 절벽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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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서울 시내에 주요 은행 ATM기기가 나란히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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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에 은행이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 대출)과 생활안정자금 대출 한도까지 축소하고 있다. 생계형 자금으로 주로 쓰이는 대출임에도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매입) 등에 쓰이는 것을 막기 위해 일률적으로 대출을 옥죄는 것인데, 실수요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신규로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할 경우 기존 1억~1억5000만원이었던 한도를 5000만원으로 제한한다. 사용처를 제한하지 않는 마이너스통장을 활용해 돈을 빌린 후 이 자금을 갭투자에 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만기가 종료돼 마이너스통장을 새로 개설하는 경우에도 같은 한도가 적용된다. 마이너스통장은 한번 개설하면 연장 심사를 거쳐 최대 10년 동안 이용 가능하다. 금리는 높지만 번거로운 절차 없이 급전이 필요할 때 돈을 빌려 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돈을 수시로 찾고, 원할 때 갚을 수 있어 ‘비상금 통장’으로도 불린다.

9월 1일부터 시행되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마이너스통장 한도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기존 1단계에선 은행권 주담대에만 스트레스 금리(가산 금리)를 적용해 대출 한도를 산정했지만, 2단계부터는 은행권 신용대출과 2금융권 주담대로 범위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만약 현재 DSR 40%를 꽉 채워 대출을 받은 금융소비자라면, 연간 소득이 오르지 않는 한 마이너스통장을 포함한 신용대출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문제는 마이너스통장을 ‘영끌 빚투(영혼까지 끌어모아 빚내서 투자)’가 아닌 생활비 충당 목적에서 쓰는 금융소비자가 훨씬 많다는 점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마이너스통장을 투자에 활용하는 차주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라며 “급하게 돈을 빌릴 곳이 없어 2금융권 등으로 내몰리는 실수요자가 점차 생겨날 것”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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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은행 대출창구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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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KB국민은행은 주택을 담보로 빌리는 생활안정자금 대출 한도도 물건별 1억원으로 제한한다. 그동안은 한도가 없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다주택자에 한해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 한도를 1억원으로 축소한다. 생활안정자금을 빌려 부동산 투자에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은행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역시 실수요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주택 담보 생활안정자금은 실직·은퇴로 현금이 부족한 50~60대가 많이 이용하는 대출 상품이다. 생활안정자금 대출은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추가 주택 구매에 쓸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그럼에도 은행이 한도를 줄이는 것은 대출 실행 이후 실제 목적에 맞게 돈이 쓰였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돈에 꼬리표가 어디 있냐”며 “생활안정자금은 금융소비자가 목적에 맞게 사용했는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남용을 막기 위해 한도를 제한한 것이다”라고 했다.

금융 당국은 실수요자 불편이 가중될 경우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충현 금감원 은행 담당 부원장보는 지난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실수요자들한테는 자금을 공급하되, 정확한 심사를 거쳐 가능하면 투기성 자금이 흘러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라며 “국민 불편이 있으면 (은행의) 신용대출 한도 축소 등을 다시 한번 개선하도록 지도하겠다”라고 했다.

김보연 기자(kb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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