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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은행 점포 다시 늘고 있다?… 영업점 축소 속도 조절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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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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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 통폐합을 급격하게 추진하던 은행권이 영업점 축소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금융 당국이 점포 폐쇄 절차를 까다롭게 만든 영향도 있지만, 은행이 이제는 고객과의 접점 가치를 높이기 위해 영업점을 활용하려는 전략의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권은 영업점을 소형·경량화하고, 대형 점포의 경우 높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곳으로 변신시키고 있다.

13일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4대 은행은 코로나19 기간인 2020년 2분기부터 작년 1분기까지 점포 통폐합을 통해 535개의 지점을 줄였다. 과거 10년간 축소한 지점 수의 44%를 단 3년 만에 줄인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점포 축소의 속도가 줄어들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분기마다 평균 45개씩 영업점 수가 감소했지만, 지난해 2분기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해 2분기 영업점 감소 수는 27개였으나 같은 해 3분기에는 5개, 4분기에는 4개로 줄었다. 올해 1분기에는 11개의 영업점이 줄어들었고 2분기에는 오히려 4개의 영업점이 늘어났다.

은행이 영업점 축소 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영업점이 필요하다는 고객의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은행은 무조건 영업점 수를 줄이는 대신 방문하는 고객의 성향에 따라 영업점의 역할을 변화하고 있다.

이수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급격한 점포 폐쇄에 따른 소비자 불편에 대한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지난해 5월부터 점포 폐쇄 공동 절차가 시행되며 은행들의 영업점 폐쇄 절차가 까다로워진 영향이 있다”라면서도 “코로나19 이후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채널 조합은 지점과 디지털이 47%, 디지털만 이용이 23%, 지점만 이용이 17% 순이기 때문에 (은행이) 손님 니즈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점의 역할 변화를 모색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은행이 역할을 바꾸고 있는 지점의 형태는 ▲소형·경량화 ▲고(高)가치화 ▲고령 친화로 요약할 수 있다. 고객의 접점을 유지하는 동시에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점포의 크기, 인력, 기능을 축소하고, 디지털 점포도 확대하고 있다. 대신 영업점의 보조적 역할을 수행하던 출장소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기업전문 인력을 배치해 기업 채널로 활용하거나 고령손님에 집중하는 등 특화 채널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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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하나은행 클럽원한남 프라이빗뱅커(PB)센터의 라운지.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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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점포의 경우 고부가가치 창출에 집중한다는 게 은행의 영업점 활용 전략이다. 은행은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뱅킹(PB) 점포와 서비스를 강화해 비이자이익을 높이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특히 부유층 중에서도 초고액 자산가, 영리치 등에 집중하는 추세다. 은행은 이들을 대상으로 패밀리오피스, 상속·증여, 신탁, 비상장 투자상품 등 제공 서비스와 상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또, 일반 영업점에서는 예약 상담 서비스를 확대하고 챗봇·모바일앱의 활용을 높이는 등 저부가가치 업무를 비대면화하는 대신 대면일 경우 상담과 판매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전략을 짜고 있다.

특히 은행은 지점을 자주 이용하는 고객군인 시니어층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의 금융거래 편의성을 높이거나, 은퇴 자산관리를 위한 전문적 상담을 제공하는 상담 센터를 지점 내 개설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은행의 영업점 축소 속도 둔화 트렌드는 해외에서도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주요 은행은 지난 1년간 지점 수를 유지하거나 확대했다. 특히 JPMC는 500여개 지점 신설을 포함한 지점 확대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은행은 지점의 판매 역량을 강화해 지점의 종합 판매 채널화를 진행하고 있다. 캐나다 역시 상위 은행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이후 지점을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 캐나다의 TD뱅크는 ‘손님이 차로 10분 안에 지점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접근성을 높이고, 영업점을 ‘핵심예금 조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채널’로 인식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디지털화에 따라 영업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줄어들 것이나, 그동안 양적 축소에만 집중했던 것에서 벗어나 이제는 은행별 영업점 전략의 차별화가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라며 “은행은 영업점 역할에 대한 재정의와 함께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하고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연구위원은 “각 사에 적합한 차별화된 영업점 운영 전략을 고민함과 동시에 영업점별 입지, 방문 손님, 지점간 연계성 등을 고려한 점포 유형 다변화, 특화점포 등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유진 기자(bridg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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