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4 (토)

의사인 父도 응급실 뺑뺑이 돌다 숨졌다…野김한규의 울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25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병원 응급실로 의료진이 들어서는 모습.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부친상을 당한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9일 “아버지는 운이 좋은 사례고 아마 많은 분이 응급상황 때 응급치료를 받지 못할 것”이라며 의료공백 장기화에 따른 대책을 정부에 촉구했다.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치인으로서 가족 이야기를 자세히 하고 싶지 않았는데 과장된 부분도 있어 간략히 설명하겠다”라며 최근 아버지가 응급실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상황을 밝혔다.

중앙일보

사진 김한규 의원 페이스북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는 “두 달 전 지방에 있던 아버지가 갑자기 거동할 수 없게 됐고, 그 지역 병원에서 치료를 못 한다고 해 급히 응급차를 타고 서울로 왔다”라며 “그 과정에서 여러 병원에 계속 확인했지만, 응급실에 여력이 없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응급구조사도 ‘요즘 이런 경우가 많아 방안이 없다’라고 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 의원은 “그래도 포기할 수 없어서 들여보내 주지 않는 한 병원 앞에서 사정해 한참을 기다리다가 응급 수술을 겨우 받았다”라며 “만일 그 시간에 응급 수술을 받지 못했다면 (아버지가) 그대로 돌아가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타깝게도 아버지는 그 후 병상을 떠나지 못하고 40여일 만에 돌아가셨다. 그래도 아버지와 마지막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자식으로서 너무 감사하다”라며 “끝까지 아버님 치료를 위해 애써준 의료진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는 의료상황을 잘 관리하고 있다고 하지만 본인이나 가족이 응급상황을 겪어봤는지 묻고 싶다”라며 글을 마쳤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방송된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도 아버지가 치료 가능한 응급실을 찾아 헤맨 사연을 밝혔다. 그는 “사설 응급차를 50만원 주고 (병원을) 뺑뺑 돌다가 찾기는 찾았는데 상태는 악화했다. 저흰 그래도 병원을 찾았다”라며 “아마 다른 분들은 제가 처음 들었던 것처럼 (병원에서) ‘여기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집에서 남은 시간을 보내라’는 답을 듣고 포기하는 분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의사들이 너무 지쳐있었고 (환자나 그 가족이) 병원에 화를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대학교수들은 휴가도 못 쓰고 계속 일하고 있다”라며 “이들(의료계)의 불만은 의사 결정(의대 증원) 과정에서 자기들이 빠져있다는 것인데 (전공의들이) 복귀할 수 있는 명분을 줘야 하지 않겠나. 이분들의 분노도 상당히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의료진이 환자를) 끝까지 치료해주려 노력한다”라며 “정부가 이런 상황을 알고 있는지, 국민이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해 피해를 보고 있는데 정부가 정말 현실을 제대로 파악했으면 좋겠다”라고 지적했다.

이비인후과 전문의로 알려진 김 의원 아버지는 최근까지도 의사로 근무했다고 한다. 지난 18일 김 의원 페이스북엔 “문상온 조문객 중엔 아버님 환자도 많았다. 평생을 성실하게 따뜻한 의사로 살았던 아버님을 기억한다”는 김 의원 부인인 장보은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의 추모 글이 공유됐다.

김 의원의 ‘응급실 뺑뺑이’ 주장을 놓고 의료계에선 반박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대한민국에서 서울에서만 되고 광역시 급 도시에서 안 되는 수술이 있느냐”라며 “지방에 있던 분이 서울로 끌고 올라온 이유는 무엇이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전문의는 “변호사에 힘 있는 정치인이 응급실 뺑뺑이 의료사고로 가족이 사망했다면 가만히 있겠나”라며 “이런 주장 때문에 현장에서 멀쩡히 밤을 새우며 응급환자를 돌보는 응급의학과 의사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국민 불안감만 올라간다”라고 주장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