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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노태우 비자금’의 완벽한 증여?…아들 재단에 기부된 수상한 147억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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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여사가 내놓은 자금 출처에 대해 일각서 의문 제기

소득 활동 없었기에 ‘안방 비자금’의 편법 증여로 의심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 소송을 계기로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은닉 재산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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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과 부인 김옥순 여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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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재판에서 총 904억원의 내역이 적힌 노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옥숙 여사의 메모가 공개된 데 이어 이번에는 김 여사가 아들 노재헌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센터에 백억원대 기부금을 출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자금 출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9일 동아시아문화센터의 재단 공시에 따르면 김 여사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기부한 출연가액은 총 147억원으로, 재단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연도별로 2016년과 2017년은 각각 10억원, 2018년 12억원, 2020년 95억원, 2021년 20억원을 기부했다.

공시 자료에는 기부자인 김 여사가 현금, 예적금 등으로 기부한 내용만 담겼고, 기부자와 이사장과의 관계란에는 가족 대신 ‘해당 없음’으로 표기돼 있다.

동아시아문화센터는 2012년 한중수교 20주년을 기념해 한·중 문화 협력과 청년 교류를 표방하며 설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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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동아시아문화센터 출연자 및 이사 등 주요 구성원 현황 명세서. 재단 결산서류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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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2021년 기준 공익목적 사업비 2억6000여만원의 대부분이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었던 대구 지역 장학 사업과 노태우정부 대중외교 평가사업 등에 쓰이는 등 노 전 대통령 업적을 기념하는 활동의 사업 비중이 높은 편이다.

재단의 사무실 주소도 노 전 대통령 별세 이후 김 여사가 상속받았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건물이다.

일각에서는 김 여사가 내놓은 백억원대 자금의 출처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평생 소득 활동을 한 적이 없는 김 여사가 이른바 ‘안방 비자금’을 기부금의 형태로 편법 증여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과거 1995년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당시에도 정치권과 일부 언론에서 은닉된 자금이 더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여사는 부인했지만, 추후 비자금 추징 과정에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12억원이 입금된 김 여사 예금 계좌 2개를 추가로 발견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지난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의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과세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탈세 제보서를 강민수 국세청장에게 전달했다. 김 의원은 앞서 최 회장의 이혼 과정에서 공개된 ‘김옥숙 메모’에 적힌 904억원이 가족들에게 사전 증여되었거나 사망 후 상속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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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과거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이 올렸던 글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노 관장은 2021년 노 전 대통령 별세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유산을 정리할 게 없어서 좋다”며 “연희동 집 하나 달랑 있는데 동생에게 양보했다”고 적었다. 노 관장은 “대신 담요를 집어 왔다”며 노 전 대통령이 투평 중 덮고 있던 ‘곰돌이 담요’ 사진을 함께 올렸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보유했던 대구 팔공보성아파트는 미납 추징금 완납 이후 노 관장이 상속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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