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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두산, 금융당국 압박에 '백기'…밥캣·로보틱스 합병 중단(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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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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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전소연 기자, 황예인 기자]

로봇·기계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배구조 대수술에 착수한 두산그룹이 끝내 두산밥캣과 로보틱스의 합병을 중단하기로 했다. 적자 기업의 가치를 알짜 기업보다 더 높게 설정한 거래 구조를 놓고 정치권과 주주 등의 비판이 확산 확산되자 크게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양사 주주서한 발송…"사업구조 개편 다시 검토"

29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밥캣과 로보틱스는 이날 긴급 이사회를 열고 두 회사간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양사는 이날 각각 대표이사 명의의 주주서한을 내고 "사업구조 개편 방향이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주주 분들 및 시장의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하면 추진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면서 "추후, 시장과의 소통 및 제도개선 내용에 따라 사업구조 개편을 다시 검토하는 것을 포함해 양사 간 시너지를 위한 방안을 계속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당초 두산은 두 회사의 합병을 결정하며 밥캣 주식 1주를 로보틱스 0.63주와 교환하는 1대 0.63의 비율을 제시해 논란을 빚었다. 지난해 1조389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밥캣과 158억원 손실을 낸 로보틱스의 가치를 동등하게 매겨 거래를 설계한 탓이다. 두산은 기업의 지배력 강화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반면, 주주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어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을 들고 있는 소액주주의 경우 주식 100주당 27만1000원의 손실을 입는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가장 먼저 제동을 건 쪽은 금융감독원이었다. 앞서 금감원은 로보틱스의 증권신청서(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정정을 두 차례 요구함으로써 합병 작업을 중단시켰다. 처음에는 신청서에 사업 구조 개편 목적과 분할 합병 배경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하라는 이유를 달았는데, 이후 이복현 원장이 한 방송에서 "시가 합병이 모든 것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합병을 멈춰 세운 원인이 결국 '비율'이었음을 인정했다.

두산 측은 분할 비율에 대해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두산 측은 "분할 시 에너빌리티 주식 수는 25% 감소하는 반면 기업가치는 10% 감소하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따라서 재상장 시점의 에너빌리티 주당 가치는 두 비율의 차이만큼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두산 측도 정치권에 금융당국까지 나서 우려를 표시하는 현 상황을 고려해 밥캣과 로보틱스의 합병 계획을 접은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내달 25일 임시주총을 열기로 한 두산으로서는 계획대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실행하고자 반드시 이날까지 증권신고서 정정을 마쳐야 했다.

신고서의 효력이 발생하는 데 7거래일이 소요되고, 주총 2주 전(9월10일)에 관련 내용을 통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신고서가 다시 반려되는 상황을 막고자 변수를 차단했다는 얘기다.

주총 등 추진 일정 재수립…"정정신고서 다시 제출할 것"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금융당국의 정정요구 사항을 충실히 반영해 정정신고서를 제출하고, 시장 의견 등을 수렴해 주주총회 등 추진 일정을 재수립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일단 두산으로서는 작업을 진전시킴으로서 사업간 시너지를 높이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에너빌리티 신설법인과 로보틱스간 합병은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먼저 로보틱스는 밥캣을 자회사로 둠으로써 북미·유럽에 걸친 네트워크와 자금력, 경영인프라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생산시설 자동화 흐름과 맞물려 협동로봇 제품을 늘리는 것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아울러 밥캣은 로보틱스의 기술을 접목해 애플리케이션을 다양화할 수 있다.

무인화, 자동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두산밥캣은 두산로보틱스의 로봇 기술을 접목함으로써 애플리케이션을 보다 다양화할 수 있게 되고, 두 회사의 기술을 접목한 신개념 제품 개발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두산 관계자는 "이번 사업구조 개편은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의견에 따라 최종 결정될 것"이라며 "사업구조 개편이 주주의 이익과 회사의 성장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믿고 있으며, 미래 성장 모습을 감안해서 현명한 의사결정을 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전소연 기자 soyeon@

황예인 기자 yee9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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