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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윤 대통령의 세번째 기자회견, 소통 가장한 ‘83분 방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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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29일 기자회견은 형식상으론 소통 강화에, 내용상으론 국정기조 유지에 방점이 찍혀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가장 긴 시간 동안 기자회견을 하며 소통 강화 의지를 보였지만,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기존 국정 운영 기조는 수정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 등 민감한 문제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야당에서 “불통 회견”이란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창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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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취임 후 세 번째 기자회견을 했다. 집무실에서 오전 10시에 국정브리핑을 41분간 진행한 뒤,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해 기자들의 자유 질문에 80여분간 응답했다. 질문을 한 기자는 총 19명이다.

질의응답 시간 83분으로 앞선 두 차례 회견보다 길었다. 2022년 8월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은 34분, 지난 5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은 72분간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분기에 한 번씩 기자회견을 개최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 총선 패배 이후 각종 인선을 직접 발표하고 국정브리핑을 여는 등 언론 직접 소통을 늘려온 흐름을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내용 면에서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이날 회견에서 국정기조 변화를 언급한 대목은 없었다. 야당은 물론 여당의 요구를 반영하겠다는 언급도 나오지 않았다. ‘의정 갈등에 따른 의료 위기를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윤 대통령은 “정부도 노력하고 국민들도 좀 강력히 지지를 해 주면 비상진료체계를 통해 의사들이 다 돌아올 때까지 운영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응급실 ‘뺑뺑이’ 등 운영 차질에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여당에서도 해결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관리 가능하다’는 대통령실의 기존 입장을 반복한 셈이다.

채 상병 특검법,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 등에는 두루뭉술하거나 방어적 답변을 내놨다. 한 대표가 제안한 채 상병 특검법 제3자 추천안에 대해선 “지금 수사가 잘 되고 있다”며 “국회 청문회에서 외압의 실체가 없는 것이 드러나지 않았나”라고 답했다. 특검이 필요하지 않다는 데 무게를 실은 답변이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 추천안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을 검찰이 무혐의 처리한 데 대해선 “수사 처분에 대해서는 제가 언급하지 않는 게 맞다. 가족과 관련된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고 즉답하지 않았다. 그는 대신 김 여사 특혜 조사 논란에 대해선 “모든 조사는 원칙적으로 임의 조사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조사 방식과 장소가 정해질 수 있다”고 방어했다. 지난 5월9일 기자회견 때와 사실상 같은 답변을 내놓은 셈이다.

윤 대통령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등 ‘뉴라이트 인사’ 임명에 대한 질문에는 “뉴라이트가 뭔지 잘 모른다”며 답을 피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직후 “더 낮은 자세와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넉 달이 넘도록 윤 대통령은 총선 전부터 여론의 질타를 받아온 사안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일방통행식”이라며 “윤 대통령의 불통과 독선, 오기만 재확인됐다”고 비판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긍정적인 면을 본다면 남은 2년6개월 국정운영에 대한 큰 그림을 국민께 소상히 잘 설명했다”며 “기자들에게 질문도 적극적으로 받아 좋은 모습이 연출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하지만) 의료 현장을 가보라고 얘기했는데 국민들이 실제로 현장에 가봐야 할 사람이 누구냐고 반문하지 않겠느냐”며 “다소 안이한 판단을 하고 있는 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의료대란 문제에 대해서 유연한 모습을 보이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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