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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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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살아난다" 윤 대통령 자찬의 이면... '성장률 하락, 고용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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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기관, 성장률 전망 줄줄이 하향
구직 활동 없이 쉬는 인구 역대 최대
부동산대책도 입주까지 오래 걸려 한계
한국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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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경제 활력이 살아나고 있다. 건전재정 기조를 굳건히 지킨 결과, 국가 재정도 더욱 튼튼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국정브리핑에서 진단한 한국 경제 상황이다. 1년 전보다 9.1% 늘어난 상반기 수출 실적, 역대 최고를 기록한 고용률과 역대 최저인 실업률 등에 힘입어 움츠렸던 한국 경제가 회복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어 “우리 경쟁력과 성장 추세를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1분기 ‘깜짝 성장(1.3%)’과 함께 반등 기회를 찾은 것처럼 보였던 한국 경제는 내수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수출 효과까지 집어삼킨 내수 부진으로 경기 개선세가 미약해지자, 주요 경제기관은 하반기 들어 한국 경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낮추고 있다. 경제 활력이 살아나고 있다는 대통령의 인식과 정반대 상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2.2%→2.6%‧5월)한 지 3개월 만에 2.5%로 낮췄고, 한국은행은 5월 2.5%(기존 2.1%)로 올렸다가 최근 2.4%로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이 내다본 평균 성장률 전망치(지난달 말 기준)는 2.5%로, 전달보다 0.2%포인트 낮아졌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 교수는 “그만큼 현재 한국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이라고 평했다.

내수 부진은 통상 기업투자 위축과, 고용 악화로 이어진다. 고용률(63.3%)이 역대 7월 기준으로 가장 높은 건 맞지만, 고령층이 고용률 상승을 떠받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27만8,000명 늘어난 반면 20대는 12만7,000명,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40대는 9만1,000명 줄었다. 일할 능력이 있지만 취업도 구직도 하지 않고 ‘그냥 쉬는’ 인구가 7월 기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점도 고용 상황을 좋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 교수는 “누적된 고금리‧고물가로 내수가 살아나지 못하고, 자영업자‧중소기업이 한계에 내몰리면서 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게 최근 경제 상황”이라며 “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써야 할 정부가 건전재정만 앞세우며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 교수는 “올해도 세수 결손 가능성이 높아 재정을 활용한 경기부양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국가 재정이 튼튼해졌다”는 대통령 진단과 달리, 세원 확충 없는 계속된 감세정책과 감세정책이 목표로 한 낙수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저출생‧고령화, 경기 부진에 대응할 '사활의 시간(골든 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조세재정연구원은 올해 세금이 목표보다 23조2,000억 원, KDI는 16조8,000억 원이 덜 걷힐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엔 56조 원의 세수 결손이 있었다.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42만7,000호 규모의 수도권 주택 공급 대책을 마련했다”며 “국민이 원하시는 곳에 제때 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해 서울과 인근에 8만 호의 신규 택지를 공급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 역시 이전 정부에서 서울 도심 주택공급지로 꼽은 그린벨트 지역인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부지(83만 ㎡) 개발이 무산된 점을 감안하면 신규 부지 선정부터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린벨트가 해제돼도 토지 보상부터 분양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당초 정책 목적인 수도권 집값 안정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세종=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세종=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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