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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기후소송 이긴 청소년, 한참 울먹였다 "기쁘지만 막막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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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9일 오후 헌법재판소 앞에서 아기 기후소송 청구인 한제아 학생이 대표 발언을 하고 있다. 정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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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헌법소원에는 많은 사람의 소원이 담겨 있는데, 오늘 결과를 보니 소원이 이뤄진 것처럼 기쁩니다. "

아시아 첫 기후소송 결과가 나온 29일 오후 4시 서울시 종로구 헌법재판소(헌재) 앞. 올해 12세가 된 한제아 학생은 헌재가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이 미래 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2년 전 아기기후소송을 제기한 청구인이다. 한 학생은 이어 “오늘 판결은 어른들에게 주어진 책임을 알려주는 중요한 순간”이라고 했다.

청소년기후소송 청구인 김보림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이날 선고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기후위기 위험이 빠르게 커져가는 상황 속에서”라며 말문을 열던 중 한참을 울먹이기도 했다. 김 활동가는 이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정부에 패소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을 것 같아 걱정되는 마음이 뒤섞인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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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헌재, 탄소중립기본법 일부 헌법불합치 결정



이날 헌재는 4년 전부터 제기된 청소년·시민단체·영유아 헌법소원 사건 4건을 병합해 심리한 뒤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의 효력은 2026년 2월 28일까지만 인정되고, 정부는 이 시한까지 내용을 개정해야 한다. 환경부는 판결 직후 “헌재의 판결을 존중하며, 후속조치를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짤막한 입장을 발표했다.

2021년 9월 제정된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은 2030년까지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의 35% 이상 감축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헌재는 이 법이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 목표를 어떤 형태로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헌법불합치의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헌재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수치(40%)나, 이를 달성하기 위한 이행 과정에 대해서는 정부의 손을 들었다. 특히 지난해 수정된 2030 NDC 이행 과정에 대해서는 재판관 5명이 “미래 세대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취지의 위헌 의견을 냈지만, 결과적으로는 기각됐다.



2030 NDC 계획에 대한 소송은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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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청년기후소송, 시민기후소송, 아기기후소송, 탄소중립기본계획소송 관계자들이 기후헌법소원 최종 선고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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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2030 NDC 이행 과정에서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종전 계획 대비 완화(14.5% 감축→11.4% 감축)하고 국제감축과 CCUS(탄소 포집ㆍ저장ㆍ활용)기술 감축분을 늘려 논란에 휩싸였다. 또, 매해 감축 이행 목표가 2026년까지 완만하다가 2027년부터 급격히 늘어, 다음 정부가 2030 NDC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헌재는 이에 대해 “전체적인 배출량 목표치가 2021년 첫 NDC 상향 당시와 똑같이 유지됐고, 산업 부문과 탄소포집‧이용‧저장(CCUS) 및 국제감축 부문의 비중을 조정한 것이 위법하거나 중장기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없도록 설계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헌재 결정, 현재 수립 중인 2035 NDC에 반영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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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9일 오후 헌법소원·위헌법률 심판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장해 착석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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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가 지적한 2031년 이후 감축 계획의 부재 문제는 현재 환경부가 수립하고 있는 2035 NDC에 반영되면서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 수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2035 NDC를 수립해 내년 상반기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제출해야 한다. NDC는 후퇴할 수 없다는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40%보다는 높은 숫자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헌재의 주문을 이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보림 활동가는 “정부의 모든 대응이 '미래 계획'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헌재가 정부에 어느 시점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으라고는 했지만, 이후에 결과가 더 나아질 거라는 확신은 못 하는 상황이라 막막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원고 측 변호인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 “헌재의 결정 내용 중에는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의미가 크다”는 입장이다. 기후환경단체 플랜 1.5의 윤세종 플랜1.5 변호사는 “오늘 판결에서 중요한 건, 감축 부담을 미래 세대에 전가해 그들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라며 “2031년 이후 계획이 이런 내용을 충실히 반영하려면 2030년까지의 감축 목표도 상향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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