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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이스라엘, 가자 4만 명 살해 모자라 서안지구도 쑥대밭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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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이스라엘군이 이틀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대규모 군사 작전을 벌이며 17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서안지구에 대한 약 1년 만의 가장 큰 규모 공격 배경엔 최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일어난 폭탄 테러 및 이란에 대한 경계가 자리한다는 분석이다.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서안지구 작전을 "전쟁"으로 칭하고 "가자지구와 동일한 결의"로 임할 것을 촉구하며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신베트(ISA), 국경 경찰과 함께 서안지구에서 반테러 작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전투원 5명을 추가로 제거했다고 밝혔다. 군은 툴카렘 지역에 위치한 이슬람 사원(모스크)에 숨어 있던 이들을 총격전 끝에 사살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은 전날에도 제닌, 툴카렘, 파라 지역에서 항공기 공습 등을 통해 무장 전투원 9명을 제거하고 무기 압수 및 매설된 폭발물 해체 작업을 벌였다고 밝힌 바 있다.

29일 팔레스타인 통신사 <WAFA>는 이틀 간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서안지구 전역에서 사망자가 17명으로 늘었고 30명 이상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헬기, 무인기(드론), 병력 수송용 장갑차와 군인 수백 명이 동원된 이번 작전은 지난해 7월 군인 1천 명이 투입된 작전 이후 최대 규모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를 보면 28일 나다브 쇼샤니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군이 "이번 작전의 첫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작전 이유로 이 지역 무장 세력의 반복된 공격을 들었다. 쇼샤니 대변인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제닌과 툴카렘에 기반을 둔 이스라엘인에 대한 테러 공격이 지난 1년간 150건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난 18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일어난 자살 폭탄 테러가 이번 작전의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공격자는 숨지고 행인 1명이 다쳤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해당 공격 배후를 자처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스라엘군 소식통을 인용해 군이 텔아비브 테러를 계획한 조직이 툴카렘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이란 무기가 서안지구에 들어오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달 말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하마스 정치국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가 살해된 것과 관련 이란이 이스라엘에 보복을 예고한 상황이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28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이 레바논 및 가자지구에서 하는 것처럼 서안지구에 "테러 자금과 무장을 지원하고 요르단으로부터 첨단 무기를 밀반입해 이스라엘에 대한 동부 테러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4월 복수의 미국, 이스라엘, 이란 고위 보안 및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이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요르단, 이스라엘을 거쳐 서안지구에 무기를 몰래 공급하고 있으며 공급 목적은 이스라엘에 불안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카츠 장관은 서안지구 작전을 "전쟁"으로 칭하며 가자지구에서와 같은 "팔레스타인 주민 임시 대피"를 포함해 "가자지구의 테러 기반시설에 사용한 것과 동일한 결의로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거듭된 대피령으로 지난해 10월7일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래 가자지구의 90%에 대피령이 내려졌다. 지난주엔 6일간 5건의 새로운 대피령이 내려지는 등 주민들은 피난에 피난을 거듭하고 있다. <AP> 통신에 따르면 쇼샤니 대변인은 민간인 대피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전쟁 발발 뒤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공격도 늘어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7일부터 이달 26일까지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군 혹은 이스라엘 불법 정착민에 의해 팔레스타인인 622명이 살해됐다. 관련해 2022년엔 154명, 2021년엔 84명이 사망한 것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앞서 지난 15일에도 서안지구 지트 마을에서 무장한 이스라엘 불법 정착민 100명 가량이 팔레스타인인들을 공격해 주민 1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관련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를 "극도로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공격에 책임이 있는 이들은 체포돼 재판을 받을 것"이라고 드물게 강한 발언을 내놨다.

이스라엘군은 28일 발표한 조사 내용 요약에서 사건을 "이스라엘인들이 고의적으로 지트 마을 주민을 해치려 한 매우 심각한 테러"로 규정하고 "일찍 도착하지 못해 주민 보호에 실패했다"고 인정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정착민 폭력에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미 국무부는 28일 서안지구 불법 정착민의 폭력을 돕는 이스라엘 비정부기구(NGO) 관련 새 제재를 발표했다. 국무부는 "서안지구의 극단적 정착민 폭력은 극심한 인간적 고통을 야기하고 이스라엘 안보에 해를 끼치며 이 지역 평화와 안정에 대한 전망을 훼손한다"며 "이스라엘 정부가 서안지구에서 민간인에 대한 폭력에 책임이 있는 모든 개인과 단체에 책임을 묻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1967년부터 서안지구를 불법 점령 중인 이스라엘은 정착촌 건설을 묵인해 불법 정착민이 7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8일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작전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작전 즉시 중단을 촉구"했다.

이스라엘군은 28일 가자지구에도 공습 및 지상 공격을 가해 팔레스타인인 수십 명이 숨졌다. <로이터> 통신은 팔레스타인 보건 당국자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이 전차(탱크)를 진입시킨 남부 칸유니스에서 적어도 11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중부 데이르 알발라에선 난민이 대피해 있는 학교 근처에 이스라엘 공습이 떨어져 8명이 숨졌다고 의료진이 밝혔고 중부 누세이라트에서는 언론인 모하메드 아베드라보가 집에서 이스라엘군 공격을 받아 숨지는 등 통신은 이날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 공격에 의해 적어도 34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가자지구 보건부를 인용해 지난해 10월7일부터 이달 28일까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공격으로 인해 팔레스타인인 4만53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10달째 지속된 전쟁과 사실상의 봉쇄로 기아 상태에 놓인 채 위생과 의료가 붕괴된 가자지구에서 25년 만에 소아마비 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28일 <워싱턴포스트>(WP)는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백신 접종을 위한 일부 군사 작전 일시 중단에 동의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실은 성명을 내 이스라엘이 "전투 중단"에 동의하진 않지만 백신 접종을 위한 "가자지구의 특정 지역 할당"엔 동의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스라엘 쪽은 가자지구에 125만5000명 분의 소아마비 백신이 도착했다고 밝혔지만 전투 탓에 배포가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은 지난 16일 성명을 통해 백신 접종을 위한 7일간의 휴전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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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29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지구 북부 툴카렘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작전을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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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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