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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성백유의스포츠속이야기] 여야를 한 몸 만든 대한체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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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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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에게 쓸 돈을 선거에 쓴다.’

언제부터인지 체육계에서는 이런 말이 생겼다. 대한체육회가 본연의 임무인 선수 육성에 힘을 쏟기보다는 차기 체육회장 선거를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 소문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26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에게 약속이나 한 듯 날카로운 질문을 퍼부으며 체육회의 잘못을 따져 물었다. 여당과 야당이 얼마 만에 한마음이 되어 국회의 기능을 한 것인지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회의 이후에 나타나고 있는 이 회장 측근들의 반응이 문제다. 그들은 반성보다 “어차피 맞아야 할 매라면 빨리 맞고 치유하고 가야 한다”라든가 “회장님이 이 정도쯤의 위기는 잘 돌파하실 거다”라며 아첨하는 데에 급급했다.

의원들 질문 가운데 문체위 여당 간사인 박정하 의원은 대한체육회와 수의계약을 맺은 업체들의 이름까지 일일이 거명하며 예산 사용에 문제가 있음을 날카롭게 지적해 이 회장을 당황케 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도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현재 감사 사항이다. 조사가 끝나면 자세히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대한체육회의 올해 예산은 약 4200억원. 대부분의 예산은 국고와 기금으로 구성되지만, 이 중에서 자체수입이 약 260억원이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대한체육회는 자체예산만큼은 정부(문체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 ‘기재부 출신 사무총장 덕’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대한체육회는 그동안 많은 돈을 회장 마음대로 행사에 써 왔다.

이 회장은 2016년 대한체육회장에 취임한 뒤 행안부 출신 공무원 전충렬씨를 사무총장으로 영입했다. 전문성이 필요한 체육회 사무총장은 그동안 전문체육인이나 문체부 관료가 맡아 왔기에 필자를 비롯한 다수의 체육인은 의아해했다.

그런데도 이 회장은 그 후임으로도 김승호, 조용만, 박춘섭, 윤성욱 등 인사혁신처 또는 기재부 출신 관료를 계속 자신의 밑으로 불러들였다. 정부에 강한 영향력이 있는 고위직 전임 관료를 자신의 휘하에 두면서 이 회장은 점점 더 힘이 강해졌다.

이 회장이 문재인정부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까지 오른 뒤 김승호, 조용만, 박춘섭 등 전 사무총장들은 각각 인사혁신처장, 문체부 2차관, 경제수석 등으로 영전했다. 그래서 ‘이기흥의 신임을 받으면 출세를 한다’는 말과 함께 ‘체육 대통령’이라는 이야기까지 나돌았다.

유 장관은 “정치화된 체육회를 바로잡겠다”고 했다. 장관이 현 사태를 바르게 꿰뚫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절대권력은 부패한다. 대한체육회를 지켜보면서 다시 한 번 생각이 나는 구절이다.

성백유 언론중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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