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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데스크 칼럼] 갈 길 바쁜 삼성전자, 노조 리스크 헤쳐나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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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지난달 8일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앞에는 장맛비를 뚫고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노조원 300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노사협의체 합의안(5.1%)보다 높은 5.6% 연봉 인상과 성과급 지급 기준 변경을 요구하면서 “삼성전자는 오로지 임원을 위한 회사이며, 직원들은 그저 소모품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도체 공장의 생산 차질을 목표로 한다는 전삼노 노조원들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총파업을 선언했다.

외신들은 ‘총파업’이라는 머리띠를 두른 전삼노 노조원들의 사진과 함께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서 55년 만에 일어난 파업 소식을 전했다. 삼성전자 사내 최대 노조인 전삼노는 2019년 말 설립돼 현재까지 3만6600여명의 직원들을 가입시켰다. 대다수가 DS(반도체) 부문 소속인 전삼노 노조원들은 지난해 삼성 반도체가 사상 최악의 적자(-14조8800억원)를 내면서 올해 초 초과이익성과급(OPI)을 받지 못하자 그 숫자가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

삼성전자의 OPI는 사업부별 실적이 목표치를 넘었을 때 개인 연봉의 최대 50%를 지급하는 제도다. 과거에도 일부 실적이 부진한 사업부 직원들이 제도에 불만을 제기한 적이 있었지만, 전삼노 총파업처럼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나온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반도체업계 고위관계자는 “적자가 났는데 성과급을 달라고 하는 건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삼성 반도체의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이들이 회사에 피해를 입히겠다는 것은 자살꼴과 같은 행위”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측은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이나 고객사 대응에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파업으로 인한 사내 직원들의 사기 저하, 기업 브랜드가치 훼손, 투자자들의 우려 등은 삼성전자에 생채기를 냈다. 전영현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경영진은 전삼노와 대화를 시도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노조 리스크는 삼성전자만의 골칫거리는 아니다.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NXP의 네메헨 공장 근로자들은 지난 3월 24시간 동안 파업에 나섰다. 노조는 회사가 제시한 임금 인상률(2.5%)에 만족하지 못하고 9%의 임금 인상률을 주장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NXP측은 “파업과 임금 인상이 NXP가 네덜란드에 투자하는 선택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애리조나에 공장을 짓는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회사 TSMC 역시 강성 노조가 두렵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22년 12월 TSMC 애리조나 공장 기공식에서 “애리조나 (제2 공장은) 노조원들의 손으로 건설될 것”이라며 친노조 성향을 보였다. 이에 대해 모리스 창 TSMC 창업자는 “이런 발언을 듣고 있는 것이 조금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모리스 창은 지난 2016년 반노조 견해를 내비치면서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성공 비결은 노조가 없다는 것이다. 회사의 성공을 위해 모두가 함께 일해야 한다”고 했다.

비록 올해는 소동 없이 넘어간다고 해도 삼성전자 노조원 수가 계속 불어나고, 파업 참여인원이 증가하면 생산 차질과 같은 불상사가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지금 삼성전자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의 명예회복, 파운드리 시장에서 고객사 확보 등 산적한 과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 리스크가 달갑지 않지만, 이를 수수방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업에게 리스크는 적극적인 대응으로 해결해야 할 대상이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 돌이킬 수 없는 실책이 된다. 생떼 쓰는 노조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노사 문제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삼성전자 경영진은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설성인 IT부장(seol@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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