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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칩톡]대만과 中사이 '샌드위치' 된 삼성 파운드리…하반기엔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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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1위 TSMC와 중국 기업 SMIC의 추격을 받고 있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올해 하반기엔 흑자 전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 계절적 성수기와 함께 최근 5나노(㎚·1㎚=10억 분의 1m) 이하 선단공정에서 수주량을 꾸준히 늘려가며 의미 있는 규모의 고객사 물량까지 확보했기 때문이다. 게이트올어라운드(GAA) 3나노 2세대 공정 수주도 가시화될지 기대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3분기부터 가동률이 개선되며 긍정적인 실적 흐름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시스템LSI 포함)는 지난 상반기 1조원 이상의 적자를 봤다. 지난해 영업적자 규모도 2조원을 웃돈다. 그동안 고객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시설투자를 진행해 왔지만, 업황 침체로 인해 가동률은 전년 대비 하락한 반면 감가상각비와 인건비 같은 고정비가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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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가 열리고 있다. 파운드리 포럼은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제조 기술 현황과 미래 비전을 팹리스 고객과 생태계 구성원들에게 공유하는 자리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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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해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과 고성능컴퓨팅(HPC) 등 고부가 반도체 분야에서 고객사를 확보하면서 연간 매출 성장률은 업계 성장률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최근에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IBM이 자체 설계한 서버용 AI 칩을 생산하기로 하면서 '빅칩' 수주를 지켰다. IBM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반도체 콘퍼런스 '핫칩 2024'에서 최신형 프로세서 텔럼2와 AI 가속기 스파이어를 공개했다. 2021년 처음 공개된 1세대 제품 텔럼에 이어 이번에도 모든 칩을 삼성 파운드리에서 만들겠다고 밝힌 것이다. 삼성의 5나노 공정에서 신형 AI 칩이 양산될 예정이다.

IBM은 삼성전자 5나노 공정에 대한 신뢰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삼성에 대한 빅테크 발주가 늘어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IBM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고성능 고효율 공정에서 제조돼 중앙처리장치(CPU) 면적을 20% 줄이고 전력 소모도 15%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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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의 '텔럼2' 프로세서. [사진제공=I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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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도 자신감을 드러내는 상황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AI 및 HPC 향 수요가 확대되고 있어 선단 노드를 중심으로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28년까지 AI와 HPC 관련 고객 수를 4배, 매출은 9배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여기에 하반기는 전통적인 반도체 시장의 계절적 성수기라는 점도 실적 개선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전략 스마트폰의 하반기 출시와 연초 서버 투자와 컴퓨터 신제품 출시를 위해 하반기 때 반도체를 미리 준비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GAA 3나노 2세대(SF3) 공정 양산 채비도 서두르고 있다. 최근 출시된 '갤럭시워치7'에는 3나노 2세대에서 제조된 최초의 웨어러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W1000'이 탑재됐다. 삼성전자가 내년 초 선보일 '갤럭시S25'에 탑재되는 차세대 모바일AP '엑시노스2500'도 3나노 2세대 공정에서 양산된다. W1000의 성능과 수율이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는 판단 아래 모바일AP도 첫 3나노 양산 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선단공정 사업 확대와 GAA 3나노 2세대 공정 본격 양산을 통해 올해 매출은 시장 성장률을 상회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하반기 GAA 3나노 2세대 공정 수주가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여전히 견고한 TSMC의 벽을 허물기 위해선 향후 수요가 커질 HPC 분야에서 고객사를 얼마나 확보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는 올해 1분기 61.7%의 시장 점유율로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다. 2위인 삼성전자(11.0%)와의 격차는 50.7%포인트로 지난해 4분기보다 더 벌어졌다.

TSMC와의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TSMC는 연간 매출 전망치를 기존 20% 초중반에서 20% 중반으로 상향했다"며 "TSMC의 인공지능(AI) 가속기 수요-공급 균형은 내년 말 또는 2026년 초까지 타이트하게 유지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TSMC는 미국, 독일, 일본 곳곳에 생산기지를 만들면서 공격 투자에 나서고 있다. 대만에 집중된 공장을 다변화하면서 파운드리 1위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TSMC는 최근 유럽 생산 거점으로 독일의 드레스덴 공장을 착공했다. TSMC가 주도하는 합작회사 ESMC가 건립하는 이 공장에서는 AI 칩을 비롯해 유럽 제조업의 핵심인 자동차·산업용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할 예정이다. 독일의 드레스덴은 보쉬, 인피니언, NXP 등 TSMC의 고객사와 인접한 지역이다. 해당 공장은 2027년 가동 예정으로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게 된다.

생산기지 다변화를 위한 조치는 물론 공격적인 생산 능력 확충으로 인해 삼성을 포함한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욱 벌릴 것으로 보인다. TSMC는 해당 공장에 28/22나노 상보형금속산화 반도체(CMOS) 기술과 16/12㎚ 핀펫(FinFET) 공정을 도입할 예정이다. 본격 운영은 2027년 말로 점쳐진다.

중국 업체들 또한 올해 3분기 기존보다 높은 전망치를 제시하면서 후발주자들의 추격도 경계해야 하는 상태다. 중국 업체들은 자국 팹리스 고객사들의 주문 확대로 다른 국가의 파운드리보다 성장세가 더 크기 때문이다. 중국의 SMIC의 경우 3분기 매출이 전 분기 대비 13~15%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SMIC와 또 다른 중국 업체 UMC의 2분기 파운드리 점유율은 6%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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