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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정치 복원 공감대... 금투세·응급실 문제, 국회 차원서 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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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회담 후 양측은 “진지하고 진솔하고 허심탄회하게 얘기했다” “소중한 기회였다”고 했다. 11년 만의 여야 대표 회담이자, 당대표로서 첫 만남인 이날 회동에서 두 사람은 민생 법안 처리를 위한 협의체 설치 등 ‘정치 복원’에 뜻을 같이했다. 여야의 무한 대치를 끝내자는 데 공감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합의문’ 대신 ‘공동발표문’ 형식의 결과물을 내놓은 것은 합의 내용이 많지는 않다는 얘기다. 양측은 “양당이 오랜만에 만나서 논의한 자리인 만큼 오늘 다 합의할 수 없다는 이해도 같이 했다”고 했다.

◇'금투세 손질’ 공감대…폐지 여부는 합의 못해

양측은 이날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또는 유예와 관련해서 합의를 이루지는 못했다. 다만 주식시장의 구조적 문제 개선 등과 함께 추후 종합적으로 검토·협의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공동 발표문에 담았다.

한 대표는 회담 모두 발언에서 금투세 폐지에 대한 기존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 이 대표를 압박했다. 한 대표는 “1대99 식의 국민 갈라치기 정치 프레임은 개미 투자자 모두가 피해를 보고, 기업 폐업으로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냉혹한 현실 앞에 설 자리가 없다”고 했다. 금투세 폐지는 야권 일각에서 주장하는 ‘상위 1%를 위한 부자 감세’가 아니라 이들이 국내 증시를 떠나 주가가 폭락하는 피해를 막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대표는 한 대표에 이은 모두 발언에서 “금투세를 지금 당장 시행하는 것은 정부 시책의 부족함에서 오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일정 기간 대폭 완화해서 시행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논의해보면 좋겠다”고 했다. 다만 이 대표는 “금투세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대신 주식시장 부스트업 정책이 있어야 한다”면서 주주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과 비과세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확대 등을 제안했다.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금투세 손질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선진화 등의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투세는 금융 투자로 일정 금액(주식 5000만원·기타 250만원) 이상의 양도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부과하는 세금이다. 하지만 내년 1월로 예정된 금투세가 시행되면 국내 주식시장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의정 갈등 문제도 발표문에

이날 회담에서 의료 대란 문제는 원래 공식 의제가 아니었다. 민주당은 이 문제를 공식 의제로 올리자고 했지만, 당·정 갈등을 우려한 국민의힘이 공식 의제로 다루는 데 대해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당의 공동 발표문에 “추석 연휴 응급 의료 체계 구축에 만전을 기하라고 정부에 당부하고 국회 차원의 대책을 협의하기로 했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한 대표는 앞선 모두 발언에서 “당장의 의료 공백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일도 우리 정치의 임무”라며 “당대표로서 의료 개혁의 본질과 동력을 유지하면서 당장의 국민 염려와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는 의정(醫政) 갈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한 대표가 정부와 갈등을 감수하면서까지 일정한 대안을 내기도 하는 것처럼 의료 대란 문제는 국민 생명에 관한 문제”라며 “국회 내에서 여야 모두가 해법을 강구해보자”고 했다.

두 사람은 “(정부에서 이미 확정한) 2025년 의대 증원에 대해선 더 이상 논의할 수 없다”는 데 대해서도 인식을 같이했다. 조만간 의대 입학 수시전형이 시작되는 등 정부의 대책과 발표를 믿고 준비했던 학생·학부모들에게 혼란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여당 내에서는 당장 내년도 의대 입시로 발목 잡히는 건 피했다는 측면에서 ‘소득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의료 대란 문제는 정부가 정책을 바꾸지 않는 한 국회에서 풀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 대표는 이날 비공개회담에서 “우리도 (마땅한) 대안은 없다”고 한 대표에게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구체적인 합의를 만들진 못했지만, 국회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논의하는 건 성과”라며 “추석에 응급 상황이 매우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정부 측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로 했다”고 했다.

조선일보

그래픽=송윤혜


◇韓 “정쟁 중단” 李 “정치 복원”

양당 대표는 이날 “정치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먼저 한 대표가 “정쟁 중단을 대국적으로 선언하자”고 했고, 이 대표는 “대화가 일상이 되는 정치 복원을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구체적으로 두 사람은 “정당 정치의 활성화를 위해서 지구당(地區黨) 재도입을 적극 협의하자”고 합의했다. 지구당은 국회의원 선거구별로 설치돼 당원 관리를 담당했던 정당 지역 조직이다. 한동훈·이재명 대표는 지구당 부활이 개혁 과제라는 데 공감하고, 향후 소관 상임위원회 등에서 구체적인 논의에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날 회담은 당초 계획했던 90분을 넘겨 약 135분간 진행됐다. 양당 대표는 “향후 수시로 대화하자”는 점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조승래 민주당 대변인은 다음 여야 대표 회담이 예정되어 있느냐는 취재진 물음에 “정례화하는 것보다는 수시로 만나서 대화하자는 얘기가 있었다”며 “앞으로도 형식적 회담보다는 속내 터놓고 말하는 자리를 만드는 게 적절하다고 두 분이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지원, 가계 부채 완화, 저출생 대책…민생 현안 합의

양당 대표는 반도체 산업 지원 방안, 가계 부채 완화, 저출생 대책과 관련한 민생 현안도 공동발표문에 담았다. “전쟁 중에도 밥은 먹어야 한다”는 점에선 이견이 없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반도체·AI 산업과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을 위한 지원 방안을 적극 논의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한 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에너지 문제에서 우리의 생각은 다르지 않다”고 했다. 이 대표도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하는 반도체, 미래 과학기술 투자는 함께 이야기해서 실질적인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양당은 가계·소상공인 부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지원 방안을 함께 찾기로 했다. 또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 “육아휴직 확대를 위한 입법 과제를 신속하게 추진하자”는 대목을 공동발표문에 담았다. 양당 대표는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된 딥페이크 성범죄의 제도적 보완 방안도 신속 추진하기로 했다.

[김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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