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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朴정부 때도 계엄 검토"…野 주장 6년 전 사건 모두 무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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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회담 모두발언에서 불쑥 꺼낸 ‘계엄’ 발언에 대해 2일 여권이 융단폭격을 쏟아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계엄을 준비하고 있다’, 이게 우리나라 얘기가 맞느냐”며 “그건 일종의 ‘내 귓속에 도청 장치가 있다’, 이런 얘기와 다를 바 없지 않으냐”고 비판했다. 이어 “근거를 제시해달라. 만약 진짜라면 우리도 막을 것”이라며 “사실이 아니라면 국기 문란 아니겠냐”고 직격했다.

한 대표 외에도 “정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마치 무슨 헛것을 본 분이 비명을 지르는 그런 느낌이었다”(김재원 최고위원, CBS 라디오), “뜬금없는 계엄령 얘기는 한마디로 허상”(윤상현 의원, YTN 라디오), “집권해본 경험이 있는 정당에서 할 수 있는 소리인가. 민주당이 뭔가 망상에 사로잡힌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조배숙 의원, BBS 라디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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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오른쪽)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일 국회에서 회동하기에 앞서 악수하는 모습.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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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戒嚴)은 헌법 77조에 따라 전시·사변이나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때 대통령이 군대를 동원해 질서를 유지하는 조치다.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가 제한되고, 영장 제도 등 사법권이 제약되기 때문에 계엄은 필요 최소한으로만 발령돼야 한다. 실제 계엄을 선포하더라도 대통령은 지체없이 국회에 통보하고, 국회는 재적의원 과반 찬성으로 해제를 요구할 수 있어 국회의 견제 기능이 중시된다.

이재명 대표는 전날 여야 대표 회담 때 “최근에 계엄 얘기가 자꾸 얘기되고 있고, 종전에 만들어졌던 계엄안에 보면 계엄 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국회의원은 계엄 선포와 동시에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얘기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완벽한 독재 국가 아니냐.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가 오히려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전날 기자들과 만난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있지도 않을, 정부가 하지도 않을, 하더라도 이루어질 수도 없는 계엄령을 주장하는 것은 정치 공세로밖에 볼 수가 없다”며 “거짓 정치 공세에 우리 국민들께서 현혹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런 공세에 좌절감을 느끼고 마음의 상처를 받은 우리 국군 장병들이 조국을 지키는 본연의 임무에 매진해 주기를 당부한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날도 같은 주장을 이어갔다. 천준호 전략기획위원장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실제로 계엄에 대한 검토가 있었고 준비가 됐다고 하는 게 나중에 밝혀졌다”며 “지금 이 정권에서도 어딘가에서는 그런 고민과 계획을 하고, 그것을 기획하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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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주장하는 박근혜 정부 시절 사건은 뭘까.

사건의 시작은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7월 “기무사가 쿠데타 음모를 획책했다”고 발표했다. 2017년 3월 작성된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 방안’ 문건에 따르면 국군 기무사령부(기무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소요 사태에 대비해 위수령과 계엄령 시행을 검토했다는 주장이었다.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이던 당시 문 대통령은 국군 기무사령부(기무사)에 대한 수사를 지시했고, 김의겸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 직접 나서 기무사발 2급 비문(秘文)을 공개했다. 당시 청와대는 “누구의 지시로 기무사가 계엄령 검토 문건을 만들고, 병력과 탱크 전개를 검토했는지를 조사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전광석화처럼 시작된 ‘계엄령 문건’ 사건은 곧바로 대규모 수사로 이어졌다. 민·군 합동수사단이 꾸려져 검사 37명이 투입됐고, 104일 동안 200명이 넘는 사람을 조사하고 9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수많은 수사 인력을 동원하고도 증거는 찾지 못했다. 허위 공문서 작성 등 내란음모와는 무관한 다른 혐의가 적용돼 기무사 전 참모장 등 3명을 기소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도 이들은 1심 군사법원에서 전원 무죄가 선고됐고, 항소심에선 벌금형이나 선고유예 등을 받았다.

2017년 2월 계엄령 문건작성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문건 작성을 지시하고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의혹을 받아 ‘키맨’으로 불렸던 조현천 전 국군기무사령관도 지난해 2월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계엄 문건에 의해 수백명을 조사하고 엄청나게 수사했지만 단 한 명도 기소조차 못 했다”며 “국군방첩사령부(옛 국군기무사령부) 1400명 방첩 인원만 축소돼 우리 방첩 역량이 어마하게 크게 훼손됐다”고 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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