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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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에 시달리던 미국 반도체기업 인텔이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일부 사업을 매각하는 방안을 이달 중순 이사회에서 확정지을 예정이다. 최근 야심차게 추진했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사업 축소 내지는 중단설이 제기되고 있다. 한때 ‘반도체 제국’을 일궜던 인텔이 깊은 수렁을 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텔은 FPGA(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반도체) 사업 부문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15년 167억달러(약 22조원)에 인수한 FPGA 기업 알테라를 9년 만에 다시 매물로 내놓는 것이다. FPGA는 회로 변경이 불가능한 일반 반도체와 달리 용도에 맞게 사용자가 자유롭게 회로를 설계할 수 있는 시스템 반도체 종류를 말한다. 인공지능(AI)이나 데이터센터처럼 장치 업데이트가 잦은 제품에서 활용도가 높다.
알테라 매각안은 인텔이 현재 고심 중인 광범위한 사업 조정안의 일부다. 320억달러(약 43조원) 규모의 독일 공장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는 방안도 여기 포함될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인텔 경영진은 불필요한 사업을 정리하고 자본 지출을 개편하는 계획을 제시할 예정”이라며 “9월 중순 이사회 회의에서 이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인텔의 모습은 과거 PC 시장의 강자였던 이 회사의 흔들리는 입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인텔은 2000년대까지 PC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의 절대 강자였다. 하지만 2007년 애플 아이폰 등장 이후 정보기술(IT) 기기의 판도가 스마트폰으로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전반적인 PC 시장은 서서히 위축세를 걸었다. 게다가 2010년대 잇따른 경영 실패가 누적되며 인텔은 ‘상처입은 공룡’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무리한 원가 절감과 기술자 홀대가 인텔의 대표적인 패착으로 꼽힌다. ‘재무통’ 최고경영자(CEO)들이 비용 축소 등 단기적 성과만 좇으면서 경쟁력이 훼손됐다는 설명이다. 인텔의 CPU 개발을 이끌어온 전문가 및 엔지니어 다수가 경쟁사로 빠져나갔다. 그사이 2인자 AMD가 연구·개발(R&D)에 투자를 쏟아부으면서 인텔의 아성을 위협했다.
2021년 내부 엔지니어 출신 팻 겔싱어 CEO가 취임하면서 인텔은 종합반도체 기업으로의 ‘부활’을 공언했다. 고객사들에게 설계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제작해주는 파운드리 사업도 다시 시작했다. 2030년까지 삼성전자를 꺾고 시장 1위 업체인 TSMC에 이어 2위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파운드리 사업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다. 지난 2분기 인텔 매출은 128억달러(약 17조원)로 전년 대비 1% 정도 감소했다. 파운드리 사업에서는 28억달러(약 3조7000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냈다. 급기야 지난달 초 인텔은 전 직원의 약 15%인 1만5000명을 해고하는 구조조정책을 내놨다. 파운드리 사업의 축소·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도 돈다.
최근 AI 붐에도 편승하지 못했다. 동시다발적인 연산이 필요한 AI 모델 학습·추론에는 인텔의 CPU보다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훨씬 유리하다. 3분기 인텔이 AI PC에 탑재될 차세대 CPU ‘루나 레이크’를 출시할 예정이지만 시장은 큰 기대를 걸고 있지 않다. 인텔 주가는 연초 대비 60%가량 폭락했다.
일본 투자컨설팅업체 ‘아시메트릭 어드바이저스’의 시장분석가 아미르 안바르자데는 “향후 12개월 동안 인텔의 대규모 자본 지출 삭감이 예상된다”며 “인텔의 모델은 사실상 망가졌다. 너무 많은 전선에서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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