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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야 “충암고 출신 장성들 모여 계엄 논의했나”…김용현 “거짓 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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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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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계엄령 논란, 군내 ‘충암파’ 의혹,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등을 두고 난타전을 벌였다. 야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가 계엄 대비 논의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는데, 김 후보자는 “거짓 선동”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자가 최근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을 최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경호처장 공관으로 불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이들의 방문 사실을) 출입기록에 안 남기려고 입구에서 경호처 직원 안내로 불렀다”며 “무슨 얘기를 했느냐. 계엄 얘기를 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이에 김 후보자는 “사실이 아닌 것을 가지고 선동적인 말씀을 하고 있다”며 “이 자리는 청문회, 말 그대로 듣는 자리고 거짓 선동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김 후보자는 부승찬 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지금 대한민국 상황에서 계엄을 한다면 어떤 국민이 이를 용납하겠나. 군에서도 따르겠나”라며 “저는 안 따를 것 같다”고 답했다. 또 ‘장관이 되면 윤석열 대통령에게 계엄 발동을 건의할 것이냐’는 여야 의원들의 거듭된 질의에 “(그럴 생각이) 없다”고 했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귀신이 뭘 잘못 먹고 얘기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황당하다”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야당은 윤 대통령과 김 후보자가 같은 서울 충암고 출신이고, 여인형 방첩사령관, 박종선 777사령관 등 충암고 출신이 군내 요직을 맡고 있다는 점을 두고도 “제2의 하나회”(박선원 의원)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추미애 의원은 “(윤 대통령이) ‘계엄령 대비를 위한 친정체제를 구축 중이다’, ‘김용현 후보자 임명도 그 일환’이라는 말이 도는데 근거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김 후보자의 학연·근무연으로 충암고와 육군사관학교 38기, 수도방위사령부를 중심으로 3대 군벌이 형성되고 있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우리 군 장성이 400명 가까이 있는데, 그중 (충암고 출신) 4명을 가지고 충암파라고 하는 주장 자체가 군의 분열을 조장하겠다는 우려가 든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강선영 국민의힘 의원도 “21세기 대한민국 군대에서 1% 수준의 충암고 출신 장군이 군을 장악하고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른다는 게 가능하냐”며 김 후보자를 감쌌다.



야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추궁했다.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 등이 전화를 받은 대통령실 유선번호 ‘02-800-7070’을 누가 사용했냐고 물었는데, 김 후보자는 “국가 안보상 확인해줄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이 번호로) 장관들에게 마구잡이로 전화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냐”(박선원 의원) “언론사의 김 후보자 인물정보에 800으로 시작하는 (뒷번호가 7070과 다른) 전화번호가 공개돼 있고, 그 번호로 전화했더니 경호처장실이라고 답했다. 그런데 왜 그게 국가 기밀이냐”(조국 조국혁신당 의원)는 질의도 이어졌지만, 김 후보자는 “대통령실 전화번호는 보안 사항”이라는 답변만 거듭했다.



이날 청문회에선 김 후보자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에서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실이 이전하면서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가 연쇄적으로 이전했다. 496억원이면 된다고 했는데, 640억원이 들어갔고, 행정안전부·경호처·국방부 예산 전용도 있었다”며 “졸속·불법 이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김 후보자는 “이전 비용 496억은 문재인 정부가 승인해준 것”이라며 “승인을 안 해줬으면 이사를 안 했을 것 아니냐. 승인 다 해놓고 이렇게 말하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이전 정부에 책임을 떠넘겼다.



김 후보자는 이날 시종일관 고압적인 태도를 유지해 여러 차례 소란을 빚었다. 부승찬 민주당 의원이 대통령실 이전 문제 등을 지적하며 언성을 높이자 김 후보자는 “말조심하라”고 맞받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이 항의하고 국민의힘 소속인 성일종 국방위원회 위원장도 “톤을 낮추면 좋겠다”고 지적했지만, 김 후보자는 개의치 않았다.



한편, 민주당의 잇따른 계엄령 준비 의혹 제기에 대통령실은 “탄핵 빌드업이냐”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무책임한 선동이 아니라면 당대표직을 걸고 말하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전날 이재명 대표가 여야 대표회담 공개발언에서 계엄을 거론한 뒤 곧바로 ‘거짓 정치 공세’라고 받아친 데 이어, 이틀째 날 선 반응을 내놓은 것이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계엄 괴담’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대통령을 음해하는 민주당의 노림수가 무엇이냐”며 “혹 탄핵 빌드업 과정인가. 근거가 없다면 괴담 유포당, 가짜뉴스 보도당이라고 불러도 마땅하다”고 공격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정부가) 계엄을 준비하는 게 맞다면 근거를 제기해달라. 그게 사실이 아니라면 국기문란”이라고 날을 세웠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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