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본사에 이메일로 공문 보내… 관할권 안 미쳐 실효성은 미지수
국가수사본부.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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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2일 딥페이크 성범죄 방조 혐의로 텔레그램 법인에 대해 내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2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서울경찰청이 텔레그램 법인에 대해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내사는 의혹이나 혐의에 대해 정식으로 입건을 해 수사를 할지 결정을 하지 않은 상태를 뜻한다. 경찰이 강력한 보안성으로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메신저 ‘텔레그램’ 법인 자체를 대상으로 입건 전 조사를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은 텔레그램 본사에 이메일로 성범죄 방조 혐의에 대한 사실 확인 질문 등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텔레그램은 9억명 이상의 이용자를 거느린 세계 4위의 온라인 메신저 겸 소셜미디어 서비스로, 영업 본사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있다.
이번 내사는 텔레그램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40)가 지난달 24일 프랑스에서 체포된 상황과 연관돼 있다. 두로프는 텔레그램이 딥페이크 성범죄, 사기, 마약 밀매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한국 경찰 역시 텔레그램이 각종 범죄와 가짜 정보 유통을 방치했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 이를 돕는 방조(幇助) 행위를 한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다. 우 본부장은 “텔레그램이 계정 정보 등 수사 자료를 우리뿐만 아니라 미국 등 다른 국가 수사기관에도 잘 주지 않는다”며 “이번 기회에 프랑스 수사 당국 등과 공조해 텔레그램 수사를 할 수 있을지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그래픽=김성규 |
일각에선 텔레그램에 대한 내사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에 있는 텔레그램 본사와 서버에 대해 국내 수사기관의 관할권이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텔레그램은 한국 지부를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 텔레그램이 한국 경찰의 조사 협조 요청을 거부한다고 해도 바로 제재할 마땅한 수단이 없는 것이다. 경찰이 텔레그램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이메일뿐이다.
경찰청이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텔레그램에 수사 협조 요청 답신을 받은 경우는 ‘0′(제로)다. 경찰청은 지난 2021년부터 메타, 구글, 틱톡 등 주요 글로벌 IT 기업들과 수사 협력 차원에서 회의를 열어왔는데, 텔레그램과는 대면 회의를 진행하지 못했다고 한다. 우 본부장은 “텔레그램을 이용한 범죄를 지금까지 전혀 검거하지 못한 것은 아니며, 저희 나름의 수사 기법이 있어 최선을 다해 수사하는 중”이라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6∼29일 나흘간 딥페이크 성범죄 총 88건의 신고가 접수됐고, 피의자 24명이 특정됐다.
[주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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