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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몰아치는 초강력 대출 억제책에 '빈 틈' 찾아 헤매는 유목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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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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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이어 인터넷은행까지 줄줄이 내놓는 대출 규제
유주택자는 사실상 주담대 막혀
제2금융권으로 돈 빌리러 기웃거리는 유목민 급증
당국, '풍선효과'에 점검 나설 예정에 창구 더 조여질 듯


#지난달 서울 송파구 아파트 매매계약을 마친 직장인 송민욱(43·가명)씨. 잔금일이 두 달 가량 남았지만, 잔금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걱정이다. 4억 원 가량의 잔금을 치르게 위해서는 은행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대출 문턱이 터무니 없이 높아지면서다. 답답한 마음에 대출 상담사를 찾은 송 씨는 다양한 공략법을 소개받았다. 연 3%대 초반 금리가 가능하다는 지방은행 대출부터, 만기·한도가 은행보다 덜 깐깐한 보험사 대출까지. 상담사는 최후의 방법이라며 ‘무설정아파트신용대출’을 권하기도 했다. 송 씨는 “집을 계약할 때만 해도 금리를 어떻게 싸게 받을까 걱정했는데, 지금은 대출 가능 여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면서 “일단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볼 생각”이라고 토로했다.

은행권이 사실상 대출 자체를 막는 ‘초강력’관리 방안을 줄줄이 내놓으면서 돈 빌릴 곳을 찾아 떠도는 ‘대출 노마드(nomad·유목민)’족이 대거 양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예 무주택자에게만 대출을 내주는 은행까지 나타나면서 실수요자들의 ‘바늘구멍 뚫기’는 더욱 힘들어졌다. 더욱이 금융당국이 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전이되는 ‘풍선 효과’ 까지 이번 주부터 점검하기로 하면서 대출 절벽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9일부터 우리은행이 무주택자에 한해서만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을 내주기로 한 데 이어 카카오뱅크도 3일부터 주택구입자금 목적 주담대 대상자 조건을 기존 세대 합산 기준 ‘무주택 또는 1주택’ 세대에서 ‘무주택 세대’로 변경하기로 했다.

이미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등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등을 잇따라 제한했거나 중단하기로 한 데 이어 사실상 유주택자는 대출 취급 자체를 막는 ‘초강수’ 대책을 연달아 발표하면서 타 은행으로 까지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은행들의 선제적 조치에 금융당국은 반색하고 있지만 실수요자들은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본격적인 이사철을 앞두고 당장 대출에 나서야 하는 일부 수요자들은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아직 규제가 덜한 은행이나 제2금융권을 공략하는 법 등이 공유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iM뱅크 주담대 매매 대출은 3.35%까지 가능. 미성년 3자녀나 65세 부양가족이 있다면 3.15%도 가능’ ‘보험사 40년, 50년 만기대출 나이 제한 없음’ 등의 내용이 속속 올라오는 중이다.

은행 창구에서 대출이 막힌 일부 수요자들이 제2금융권 등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5대 은행보다 주담대 금리가 낮고, 대출 규제도 상대적으로 덜한 iM뱅크는 몰려드는 고객 탓에 현재 수도권 소재 9곳의 지점에서 신규 주담대 신청 접수를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온라인으로도 접수를 받고 있는데 접속 자체가 현재 어렵다.

iM뱅크 관계자는 "가계대출의 경우 연초 설정했던 목표치 내에서 관리가 되고 있어 주담대 관련 규제 조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서 "향후 가계대출 증가 추이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권 분위기도 비슷하다. 주담대를 취급하는 보험사들의 대출 하단금리는 연 3.08%(지난달 29일 기준)로 5대 시중은행(연 3.65~6.05%, 5년 주기)보다 현저히 낮다. 다만 보험사들의 주담대 잔액은 7월 말 기준 약 52조6000억 원으로 아직 크게 늘지는 않은 수준이다. 오히려 직전월과 비교하면 1000억 원 정도 줄었다.

하지만 이는 은행권 규제가 본격 시행되기 이전 집계다. 금융권에서는 과거 은행권 주담대를 억제했을 때 매번 ‘풍선 효과’가 일어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금융당국도 주담대 수요가 2금융권으로 전이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주부터 상호금융을 비롯해 새마을금고 등의 점검에 나서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장 2금융권 대출증가세가 과도할 경우 간담회 등을 소집해 자체 포트폴리오 조정을 요구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상황에 따라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100% 적용하는 3단계 조기도입도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계대출 관리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면서 “일부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주의깊은 모니터링을 통해 집중 관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투데이/문선영 기자 (mo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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