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경찰서장(27)]류재혁 서울 남대문경찰서장 "직원들 능력 최대 발휘, 뒷받침하는 게 제 몫"
류재혁 서울남대문경찰서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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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찰서 일이잖아요. 내 일, 네 일 가르지 말고 모두 함께 합시다."
지난 7월 2일 류재혁 남대문경찰서장이 이른 아침 일선 과장들과 머리를 맞댔다. 전날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도로에서는 제네시스 차량이 역주행을 해 사상자 16명이 발생했다. 류 서장의 소신은 분명했다. 여럿이 모이면 1의 노력만 들여도 10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
당시 운전자와 동승자가 부부 싸움을 했다는 소문부터 사고 원인, 급발진 여부 등을 두고 의혹이 증폭됐다. 류 서장은 과장들과 태스크포스(TF)를 꾸린 뒤 역할을 나누고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도록 했다.
서울 중구 시청역 교차로 인근에서 발생한 차량 인도 돌진사고 현장에서 한 시민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술을 따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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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과장들은 각자 자신이 가진 노하우를 최대한 발휘해 수사 방향성을 잡았다. 사고 조사부터 피의자 심문 기법, 법적 내용 검토, 언론 대응, 유실물 관리, 유족 지원 등 모두 자기 일처럼 대했다. 피드백을 주면 담당 과장은 전폭적으로 수용해 수사에 반영했다.
최종 수사 브리핑까지 한 달이 걸렸다. 보통 수사가 두 달 이상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빠른 조치였다. 경찰은 주변 CCTV(폐쇄회로TV), 블랙박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결과, 피의자 진술 등을 바탕으로 사고 당시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밟았다고 최종 결론냈고 시민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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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서장, 17년 경비통… "집회 자유 VS 공공 질서, 균형점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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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혁 서울남대문경찰서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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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서장은 경찰청 경비국에서만 17년 넘게 근무한 일명 '경비통'이다. 그는 광우병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 집회를 비롯해 평택 쌍용차 농성, 용산4구역 남일당 화재 사고 등 주요 집회·시위 관리를 맡았다.
그는 집회·시위에 있어 경찰의 역할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정해진 기준대로 집회가 이뤄지되 그 범위를 벗어났을 때는 공공의 질서를 유지시켜야 한다는 게 류 서장 결론이다. 주변을 방해하는 과도한 집회 소음, 무단 도로 점거 등에 대해서는 원칙에 따라 대응했다.
경비통으로 근무한 경험은 2022년 7월 전북 부안경찰서장으로 일할 때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화물연대가 한 달 동안 파업을 진행해 닭 출하에 차질을 빚을 뻔 했다. 복날을 앞두고 닭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농가는 발만 동동 굴렀다.
당시 경찰서 직원은 총 80여명. 대규모 집회·시위에 대한 구체적인 매뉴얼도 부재한 상황이었다. 류 서장의 원칙은 그 때도 분명했다. 도로를 점거하고 물류 이동을 방해하고 불법 행위를 한다면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것.
명확한 매뉴얼 덕분에 해당 지역은 비교적 물류 흐름이 원활했다. 류 서장은 "나중에 집회를 할 때는 가운데 차도를 텅 비워놓고 인도와 1개 차로에서 신고대로 진행했다"며 "전국적인 위기 상황이었는데 그런 광경은 거의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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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심장' 지키는 남대문서… "마음껏 일할 수 있는 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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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대문경찰서 전경. /사진=김지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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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서는 소공동, 회현동, 중림동, 명동 등 3.24㎞ 면적의 4개 행정동을 맡고 있다. 시청, 서울시의회, 명동성당, 국보 1호 숭례문, 서울역도 모두 남대문서 관할이다. 이곳에 주민등록을 둔 인구는 2만2500여명이지만 유동인구는 10배가 넘는 23만여 명에 이른다.
남대문서는 집회·시위도 많은 편이다. 하루에 많으면 수십 건이 있을 때도 있다. 규모가 큰 집회는 서장이 직접 현장에서 지휘한다. 기차를 타고 지방에서 올라온 실종자, 가출자도 많아 타 경찰서와 공조도 많이 한다.
남대문서는 노숙인 관련 신고가 가장 많다. 최근에는 수급비를 이용해 도박에 쓴 노숙인에 대해서도 단속에 나섰다. 주변 환경 정화를 위해 서울시와 협력하기도 했다. 지하보도 등 우범 지역에 대해서는 순찰에 나서고 있다.
류 서장은 "노숙인은 피의자가 되기도 하고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며 "노숙 자체가 근원적으로 사라지는 게 목표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류 서장의 목표는 남대문서 직원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것이다. 그는 "업무를 가장 잘하고 싶고 열심히 하는 사람은 그 일을 맡은 사람"이라며 "제 몫은 각자 자신의 능력을 잘 발휘하도록 뒷받침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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